사람 구하기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동안 함께 일할 아르바이트 생을 뽑기 위해 채용 공고를 냈다.
생애 첫 고용이라 겁이 났다. 일단 얼마나 장사가 될지는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하는 것으로 정해야 할지, 주말만 필요할지 혹은 평일과 주말 모두 필요할지도 미지수였다. 즉, 영업에 대한 데이터가 아예 없는 상태에서 누군가를 뽑아 돈을 지불한다는 것이 두려웠다. 손님은 하나도 없고 아르바이트생은 놀고 있는 상황을 마주하면 속에서 불이 날 것 같았다.
그래도 어떻게 나 혼자서 다하겠는가. 금토일 세 시간 정도 일하는 것으로 공고를 올렸다. 다섯 명 정도가 면접의사를 밝혀왔고, 공사 중인 내 가게 옆의 이디야 카페에서 예비 아르바이트생들을 기다렸다. 두 명은 아무런 연락 없이 나타나지를 않았고 한 명은 인상이 너무 어두웠고 한 명은 밝아 보였으나 레스토랑 홀 서비스 경험이 없었다. 나머지 한 명은 면접을 시작하자마자 나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처음 장사하시는 것 같은데 보통 월급은 25일에 주고요, 설거지도 하고 홀도 보는 건 너무 업무가 많은 거예요."
인정하겠다. 사장 마음에 쏙 드는 사람 찾기가 쉽겠는가. 맞아, 그랬으면 그 사람이 사장이 됐겠지. 이렇게 마음을 달래 가며 몇 번의 면접을 더 진행했지만 관심조차 가는 사람이 없었다. 아 진짜 어떡하지. 혼자서는 다 못하는데...
당시 현이(제주도에서 만난 나의 남자친구)는 내가 레스토랑을 하겠다고 부산으로 온 지 한 달 정도 후에 나를 따라 부산으로 왔다. 현이는 울산이 고향이었는데 그저 나만 보고 부산으로 쫓아왔다. (콩깍지가 제대로 씌었던 게 틀림이 없다.) 해산물 포차를 하고 싶어 했고 해운대 쪽에 마음에 드는 자리를 구해 권리금 계약까지 했는데 건물주가 2년 뒤에는 자신이 장사를 할 테니 '2년만 하고 나가겠다.'는 정말 말도 안 되는 특약을 계약서에 넣으라고 억지를 부려 결국 계약이 엎어졌다. 현이도 나도 오리무중 상태였다.
나는 그런 현이에게 물었다. "혹시 딱 세 달만 내 가게를 도와줄래?" 당시에는 내 말이라면 껌뻑 죽었기 때문에 (요즘은 많이 컸다) 흔쾌히 오케이를 했다. 하지만 그 세 달이 여섯 달이 되고 일 년이 되고 칠 년이 될지는 우리 둘 다 꿈에도 몰랐다.
오픈 하루 전날. 나는 너무 설레고 떨리고 두려웠다. 현이는 실전 연습을 한번 해보자고 했다. 실제 서비스를 시작하면 여러 음식이 한 번에 많이 들어올 테니 시뮬레이션을 해보자는 거였다. 음식을 한 개 한 개씩 만드는 것은 나한테 일도 아니었기에 별 걱정이 없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주방 화구 앞에 섰고 현이는 주문을 미친 듯이 넣기 시작했다. "야 무슨 주문은 이렇게 많이 넣어!!!!" 괜히 현이한테 화를 냈다. 현이는 "손님이 네 사정 봐주면서 주문 넣냐?" 괘씸하지만 할 말이 없었다. 현이에게도 뭘 좀 해달라고 시킬 수도 있었는데 너무 당황해서 그럴 생각도 못했다. 다양한 음식이 다섯 개의 주문서에 걸쳐 들어왔는데 혼자서 그것들을 소화해 내는 건 정말 쉽지 않았다. 연어 스테이크는 껍질이 다 탔고 프렌치토스트는 시간에 쫓겨 굽다 보니 제대로 구워지지도 않았고 수란은 오버쿡(노른자가 다 익어버림)이 되어버렸다. 계획도 없이 한 번에 모든 음식을 다 만들겠다고 덤벼드니 하나도 제대로 되지가 않았다. 만든 음식을 테이블 위에 다 올려놓고 대성통곡을 했던 내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어떡해~~ 내일 오픈인데~~ㅠㅠㅠ 나는 망했어ㅜㅜㅠㅠ 으앙~~~"
시작이 반이라는데 내 레스토랑의 시작은 반의 반의 반의 반도 안된 느낌이었다. 다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음식 간의 우선순위, 현이와 역할 분담에 대해서 열띤 토론을 나누었다. 우리는 새벽 1시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책 회의를 했다. 내일이 드디어 대망의 오픈일이다.
'그래,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어. 부딪혀보자. 무조건 잘할 거야! 어제보다 오늘이 낫고, 오늘보다 내일이 낫고, 내일보다 모레가 더 낫도록 내가 해내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