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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장사가 왜 안되지?

손님이 가게로 들어오지 않는 이유.

by 행복한 요리사

처음에 자리를 구할 때 무작정 월세가 싼 곳을 구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몫이 좋은 곳을 원했다. 월세가 싼 데는 싼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고, 막상 마음에 좀 든다 싶은 곳의 임대료를 비교해 보면 50만 원 이상 차이가 나지 않았다. 첫 장사를 몫 좋은 곳으로 원했던 이유는 첫째,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내 음식이 먹히나 안 먹히나 즉, 소비자 반응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고 둘째, 혹시 장사가 잘 되지 않을 때에 '자리가 안 좋아서 그래'와 같은 변명을 대고 싶지 않았다. 변명 따위는 생각도 말고 이 자리에서 안되면 내 역량 부족이고 잘되면 자리도 좋았고 나도 잘했다는 확실한 판단을 얻고 싶었다.

오픈 전날 현이와 했던 눈물의 연습이 무색하게 오픈 첫째 날에는 딱 두 팀이 식사를 하러 왔다. 다음날은 한 팀이 식사하러 왔다. 이틀간의 매출합이 15만 원이었다. 아침 10시부터 저녁 9시까지 영업한 참담한 결과였다. 당시에는 매출이 슬픈 게 아니라 가게 앞을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이 도무지 가게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것이 답답하고 힘들었다. 외부 메뉴판을 보시는 분들께 용기를 내서 다가가 '저희는 브런치 레스토랑이고, 이런이런 음식들을 내고 있어요'하고 말도 걸어보았지만 '다음에 올게요'하고 지나치기 일쑤였다. 지나가는 행인처럼 내 가게 앞을 쓱 걸어가 보기도 했고 도로 건너편에서 가게를 바라보며 '대체 뭐가 문제야'하고 고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날처럼 밖에서 가게를 보며 고민을 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로옹'이라는 상호에서 '브런치'라는 음식을 연상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상호 밑에 자그마하게 'brunch & wine'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7여 년 전에는 지금처럼 브런치라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아서 상호만으로는 여기가 대체 무엇을 파는 곳인지 짐작하기 어려웠겠구나 싶었다. 오픈 초기에 판매한 메뉴는 '에그 베네딕트, 연어 수비드 스테이크, 세 가지 버섯 플레이트' 같은 것들이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판매하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단순히 문자로 된 음식 제목과 설명만으로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도, 식욕을 돋우지도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뭔데?'싶었을 수도.

우리는 다음날 아침 일찍 출근해서 모든 음식을 하나하나 만들어서 핸드폰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 사진들을 가지고 배너(가게 외부에 세워놓는 긴 현수막)를 만들었다. 자잘한 음식 설명이나 음식 이름은 쓰지 않았다. 오로지 음식 사진만 이쁘게 넣었다. 어차피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건 사진이라고 생각했다. 이 배너를 가게 앞에 세우면서 현이와 이런 말을 나눴다. "배너의 음식 사진을 보고도 안 들어오면 발로 뛰어서 주변 아파트에 직접 전단지 돌리자."

사진이 있는 배너를 내어놓으니 확실히 가게 앞에서 손님들의 걸음이 오랫동안 멈추었고, 슬슬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메뉴판을 보시며 물으셨다. "밖에 있는 배너에 두 번째 사진 음식이 어떤 거예요?" 우리는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었고 (지금도 그렇다. 뼈를 깎는 마음으로 음식을 만든다.) 오신 손님들이 입소문을 내어주셨다. 가게는 점점 북적이기 시작했다.

돌아보니 오히려 오픈 초기에 손님이 많지 않았던 게 다행이다 싶다. 그동안 우리는 음식을 만들고 음료를 만드는 것에 익숙해졌고 서비스가 바빠져도 능숙하게 대처가 가능했다. 오히려 손님이 없던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충분한 연습을 했던 것이다.

'전화위복'이라 했다. 위기는 돌아보니 좋은 기회였다. 지난 7여 년간 항상 손님이 많고 잘되었던 것은 아니다. 코로나도 있었고, 경기가 안 좋은 시기도 있었으니. 하지만 그럴 때마다 우리는 가만히 앉아 있지 않았다. 새로운 메뉴를 위한 요리 공부를 했고, 평소에 하지 못한 독서도 했다.(우리는 항상 책을 들고 출근했다. 손님이 없는 틈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소홀히 했던 부분의 청소를 하기도 하고 머릿속에만 있던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하기도 했다. 그 시기동안 했던 도전이 반응을 얻기도 하고, 그때 개발한 메뉴가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지금도 똑같다. 우리 둘의 옆에는 항상 책이 한 권씩 있고, 이 글을 쓰는 8월에 우리는 가을 메뉴를 고민하고 있다. 그 어떤 시기도 다 소중한 때이다.

그러니 혹시 지금 하시는 일이 조금 정체기라면 '오히려 좋아!'하고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일들도 해보고, 신경을 못썼던 부분에 신경도 써보고,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도전도 한번 해보면 그 위기는 훗날 기회로 상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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