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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브런치란 무엇인가.

결국은 나만의 색깔 찾기.

by 행복한 요리사

7년 전 브런치 레스토랑을 시작할 때, 나는 '브런치'는 빵을 이용한 음식이라는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오픈 초창기의 메뉴는 5가지 정도였는데 그중 치아바타, 브리오슈와 같은 빵을 이용한 요리가 4가지였고 생선 요리로 연어 스테이크가 있었다.

오시는 손님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일단 들어오시면 맛있게 드시고 가셨다. 잔반이 있냐 없냐도 중요하지만 진짜 맛있게 드시고 가시는 분은 얼굴과 기분에서 느껴진다. 그런데 문제는 자주 오시지 않는다는 거였다. 우리가 분석한 원인은 첫째, 메뉴의 선택지 즉 개수가 너무 적다는 거였고 둘째, 가지 수도 적은데 빵을 이용한 메뉴만 있어 음식이 다채롭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런 고민을 하는 와중에 우리의 단골손님이었던 '김윤희'님과 결정적인 대화를 하게 된다. 음식의 가짓수도 적고 다채롭지도 않은 메뉴를 갖춘 와중에도 자주 오신 분이 이 분이었다. 지금도 또렷이 이 분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유는 초창기에는 예약을 받았기 때문이다. "저 000인데요, 12시에 3명 갈게요"식의 예약 전화를 많이 받았고 윤희 님이 정말 자주 오셨다. 나중에는 "여보세요"의 목소리만 듣고도 내가 "어, 윤희 님~ 안녕하세요!"하고 목소리를 알아들을 정도였으니. 어느 날 계산을 하시면서 "파스타도 하면 여기 주변 사람들이 진짜 좋아할 거예요. 로옹 음식 다 맛있는데 파스타도 분명 잘하실 것 같은데요?"하고 조언을 주셨다.

이 대화 후에 현이는 파스타를 한 번 해보자며 눈을 반짝였고 나는 '파스타는 이탈리안 아닌가? 브런치 식당에서 파스타를 메뉴에 올리면 정체성을 잃는 거 아냐?' 하는 불안이 스며들어 결단을 내리기 어려웠다. 윤희 님의 조언을 계기로 우리는 '브런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고도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현이는 일단 손님이 좋아하시고 원한다고 하시니 해보자고 강력히 주장했다. 오픈 초창기에 손님이 늘지 않는 답보 상태에서 가만히 있기보다는 일단 해보자는 거였다. 해보고 아님 말고. 내가 다다른 결론은 '브런치'라는 음식이 빵에 국한된 요리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빵을 하건, 생선을 굽건, 스테이크를 내건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현이와 나의 색깔, 로옹의 개성을 담은 다양한 음식에 도전해야 로옹도 우리도 발전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논의 끝에 브런치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확장되었다. 아니, 윤희 님의 진심 어린 조언 덕분이었다.

클래식한 파스타 예컨대 미트볼 파스타, 알프레도 파스타 같은 메뉴로 파스타 메뉴를 시작했다. 손님들이 정말 좋아해 주었고, 조언을 주셨던 윤희 님도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우리 내부의 철칙은 있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주문 즉시 면을 삶는 것이었다. 7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주문 즉시 면을 삶고 있다. (면을 삶아 두는 업장을 아랫 등급으로 생각하는 말이 아니다. 단지 우리 기준에 바로 삶은 면으로 먹는 파스타가 맛있었을 뿐이다.)

파스타를 시작하고 손님은 눈에 띄게 늘었고 빵을 이용한 메뉴와 파스타 메뉴를 고루 즐기시는 손님들의 모습을 보며 행복했다.

느껴졌다. 손님이 점점 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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