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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첫 웨이팅 & 첫 아르바이트 친구

비가 억수 같이 오던 날.

by 행복한 요리사

가게에는 4인 테이블 1개, 2인 테이블 4개, 6인석 1개 그게 전부였다.

현이와 나는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이 가게에서 줄을 못 세우면 다음 가게는 없다고.

억수같이 비가 오는 날이었다. '오늘은 비가 많이 와서 조용~하겠네! 음악 좋은 거 틀고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쉬엄쉬엄 하자. 이럴 때도 있지 뭐.' 하는 생각으로 출근 준비를 했다. 출근해서 오픈 준비를 하고 오픈 시간이 되자마자 손님이 오셨다. '와 비가 이렇게 오는데도 와주시니 너무 감사하다. 정말 맛있게 해 드려야지'하는 생각으로 음식을 하고 있는데 손님이 오고, 또 오고, 또 오고, 어.... 이제 자리가 없는데?!?!

대기가 있었던 적이 한 번도 없어서 대기가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밖에 비는 퍼붓고, 손님들은 돌아가시지 않고 그 빗속에서 우산을 쓰고 기다리셨다. 일단 급한 대로 빌지(주문이 찍혀 나오는 종이)에 성함과 인원수를 받고 요리를 했다. 그런데 너무 많은 손님이 한 번에 우르르 들어오시다 보니 가게 입구에는 우산에서 떨어진 물이 흥건했다. 누군가 혹시나 미끄러질까 봐 요리를 하고 서빙을 하면서 틈이 날 때마다 밀대로 바닥도 닦았다. 현이랑 둘이서 난리 부르스를 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날 서비스를 마치고 우리 몸의 배터리는 0프로였다. 그전에도 만석이 되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지만 그런 순간에도 정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을 때, 그때 사람을 뽑자며 미루어 왔었다. 이제는 둘이서 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르바이트 공고를 올렸고 갓 고등학교 졸업한 민정이라는 친구가 지원을 했다. 막 수능을 본 친구였고 대학 가기 전 3개월만 근무한다는 조건이었다. 계속 이런 식으로 바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막연함이 있어서 오히려 '3개월'이라는 조건이 나쁘지 않았다. 면접을 보러 왔을 때 첫인상은 잘 웃었지만 다만 덩치가 조금 있어서 빠릿빠릿할까 하는 고민을 주었다. 면접의 끝에 "뽑아만 주시면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하고 주먹을 불끈 쥐고는 "파이팅" 하고 외치는 게 아니겠는가 ㅋㅋ 현이와 나, 민정이 셋 모두 웃음이 빵 터졌다. 단순히 말만 열심히 하겠다는 게 아니라 눈에서 진심이 느껴졌고 온몸에서 긍정적인 바이브가 느껴졌다.

우리도 첫 사장이었고, 민정이도 첫 아르바이트니 서로에게, 그리고 로옹에서 배우는 게 분명 있을 거라고 믿었다. 갓 바쁘기 시작한 로옹에서 우리 셋은 열심히 즐겁게 일했다. 어느 날 퇴근을 하는 민정이가 주방에 있는 우리에게 잠시 붙어 서보라며 카메라를 꺼냈다. 우리는 "왜~~ 왜? 뭐 하게" 하고 못 이기는 척하며 사진을 찍었다. 민정이는 그 사진을 보고 그린 그림을 선물해 주고는 떠났다. 우리는 아직까지 그 그림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고, 자리를 옮긴 위치에서도 그 그림을 걸어놓았다.

민정이가 떠나고 우리는 함께 일할 친구를 새로 찾아야 했다. 민정이는 새로운 대학생활을, 우리는 로옹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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