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가득한 홈메이드 파베 초콜릿 레시피
찜통같이 후끈한 여름 오후,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손에 들고도 뭔가 아쉬운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단순한 단맛이 아닌, 입안 가득 부드럽게 퍼지는 풍미 깊은 디저트가 생각나는 순간.
그럴 때 나는 오븐 없이도 만들 수 있는 파베 초콜릿을 꺼내 든다. 손이 많이 갈 것 같지만, 막상 해보면 의외로 간단하고, 완성된 순간엔 그 고급스러움에 스스로도 놀라게 된다.
파베 초콜릿의 핵심은 ‘가나슈’다. 생크림과 초콜릿을 섞어 만드는 이 가나슈는 온도와 기다림만 잘 지켜주면, 어떤 초콜릿 공방 못지않은 질감과 맛을 선물해준다.
먼저 생크림을 냄비에 넣고 팔팔 끓이지 말고, 가장자리가 보글보글 끓어오를 정도까지만 데운다. 그 상태에서 불을 끄고 잘게 부순 다크 초콜릿을 넣고는, 곧장 젓지 않고 1분간 그대로 둔다.
생크림의 잔열이 초콜릿을 천천히 감싸 안아 녹이는 이 시간은 마치 초콜릿을 위한 휴식 같기도 하다.
1분 뒤 거품기로 천천히 저어주면, 매끄럽고 윤기 나는 가나슈가 완성된다. 여기에 무염버터를 한 조각 넣어 부드럽게 섞어주면, 풍미는 한층 깊어지고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질감은 더할 나위 없다.
이렇게 만든 반죽은 유산지를 깐 사각 용기에 조심스럽게 부은 후, 표면을 평평히 정돈하고 냉장고로 향한다. 적어도 3시간, 그보다 더 오래도 괜찮다.
그 시간 동안 액체 같던 초콜릿은 차츰 밀도 높은 생초콜릿으로 변해간다.
다 굳은 초콜릿을 자를 땐 마지막 하나의 정성이 필요하다. 뜨거운 물에 칼을 담갔다 꺼낸 뒤 물기를 닦고 자르면, 단면이 예쁘게 잘리고 초콜릿이 부서지지 않는다.
정사각형으로 잘라 체에 코코아 파우더를 뿌려주면, 집에서 만든 것이라곤 믿기 어려운 고급스러운 비주얼이 완성된다.
차가운 초콜릿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면, 혀 끝에서부터 서서히 녹아드는 느낌이 하루의 피로를 녹여주는 듯하다.
단맛도 진하지만, 그 안에 담긴 부드러움과 고소함, 그리고 다크 초콜릿 특유의 깊은 풍미가 겹겹이 느껴진다. 발렌타인데이에나 만들던 디저트라는 생각은 이제 접어두자.
파베 초콜릿은 더위에 지친 여름 오후를 위한, 집에서 즐기는 가장 세련된 달콤함이다. 오늘 한 번, 커피 한 잔 곁에 이 부드러운 사치를 곁들여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