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과 비교하는 50대
한때, 남편은 백수였다.
남편은 집안일, 애들 챙겨주긴 했지만 끝까지 거부한 게 있었다.
그게 바로 음식 만들기.
요리만큼은 내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니 할 생각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놈의 자존심 뭐길래.....;;;;
우리 시댁은
'남자가 부엌에 가면 불알 떨어진다.'
라고 말하는 집안이다. 남편이 저러는 것도 이유가 있다.
나는 우리 아들을 요리하는 남자로 키우고 싶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국, 찌개, 나물반찬 등등 기본을 가르치고 있다.
어느 날 남편이 말했다.
'근데 왜 갑자기 요리? 요리도 좋지만 방청소부터 시키는 게 낫지 않아? 그리고 먼저 요리 배워야 할 사람은 딸래미지. 왜 아들이 먼저야? 방도 관리할 줄 알아야 요리도 잘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음식점 봐라. 관리 잘하는 집들이 다 잘되잖아.'
요리 배우는데 순서가 있나, 그리고 왜 청소, 음식점 관리 이야기까지 나오는지.
'내가 청소 엄청 잘하지 못하는 걸 알텐데? 그렇다고 요리 못하는 거 아니잖아. 그리고 딸래미가 먼저 배워야 한다는 법이 어딨어? 왜 음식점 이야기도 나와? 아들 가르치는 건 혼자 해 먹을 수 있게 하려고 하는거고 미래 신부가 아프거나 생일이거나 산후조리 때 등등 챙겨줄 수 있어야 좋은 거지. 무엇보다 자존심 때문에 끝까지 요리하지 않겠다는 자기처럼 되면 안되니까. 제2의 자기를 만들지 않겠다는거야.'
나는 우리 아버지보다 나은 사람이야!
내가 화장실, 베란다 청소하고
천장등 교체하고 배달음식 시켜주고 다 하잖아.
이 사람이 왜 이래!!
아니, 요리 이야기하는데 왜 청소, 천장등, 배달음식 이야기 나오는건지.
그리고 완전 기성세대인 80세 시아버님께서 대기업 간부로 억대연봉받으시고 정년퇴직하셨는데
비교할 거면 동갑내기 친구하고 해야 하지 않나 싶었다.
나는 요리를 안 하겠다는 사람한테 시키려는 것도 아니고 사실 그대로 말했을 뿐인데
'제2의 자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말이 그렇게 기분 나쁘고 자존심 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요리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한다. 정말 대단한 자존심인 것 같다.
나는 요리하겠다는 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아들은 나보다 솜씨가 좋은 것 같아 보람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