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하나 정하는데 왜 이리 울화통 터질까...
며칠 후 아버님 생신이 있어 남편이 식당을 알아보고 있었다. 네이버에서 검색하고서는 '자기야, 여기는 어떨 것 같아? 아니면, 딴 데 알아볼까? 부모님은 이런 거 괜찮을까?' 등등 부엌에서 아들과 함께 저녁 준비하는 나한테 계속 물어봤다.
찾은 식당들이 고깃집이어서 '자기, 고깃집 찾는 거야? 아버님께서 지난번에 장어집 이야기하셨던데? 장어 무한리필 가면 안 되나? 아니면 샤부샤부도 잘 드시니까 그리러 가면 되잖어. 무한리필이면 가성비 좋잖아'라고 말하니 남편이 식당 찾는 필수 조건을 말하기 시작했다.
1. 남편이 그날 당직이라 집 근처에서 낮에 먹었으면 좋겠다
2. 시누이가 샤부샤부 싫다고 했다
3. 예산은 식사+커피 포함해서 1인 3만 원 이하 (총 30만 원 이하)
아버님께서 말씀하셨던 장어 무한리필은 집에서 멀고 예산초과라 아웃. 애술리는 어버이날 때 이미 갔다왔기 때문에 제외. 무엇보다 시어머님께서 워낙 음식솜씨가 좋고 입이 까다로우시다 보니 식당 고르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옵션 3가지 붙으니 더욱 난감한 상황이다.
'자기야, 고깃집 갈거면 여기 동네에서 부모님 모시기 좋을만한 고깃집 있긴 한데, 난 가보지는 못했고 한번 가서 먹어보고 싶은 식당이긴 해. 소고기 1kg 66,000원이면 먹을 수 있는데?'라고 말했다. 남편은 '그래, 그럼, 거기 가봐.'라고 해서 예약했다. 그러고 이틀 후 시어머님께서 전화가 왔다.
'어~ 어미야, 잘 지내지? 애들은 잘 있고~? 그냥 전화했지~. 그런데 아버님 생신 때 식당 말이야. 아범이 고깃집 예약했다고 보냈던데? 거기 아범이 정한 건가 보지???'
난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늘 아들이랑 통화하는 게 불편하다며 연락 주시는 시어머님 ㅎ
'네~, 그날 애기아빠가 당직이라 점심때 시간 잡았고요. 지난번에 아버님께서 장어 좋다고 하셨는데 장소가 멀고 시간 안 맞는다고 애기아빠가 잘랐고요. 샤부샤부집도 말했는데 아가씨가 싫다고 했다네요. 그래서 우리 집 앞 고깃집으로 애기아빠가 예약했어요~'
며느리 경력 20여 년인데 시어머님 목소리 들으면 모르겠나요? ㅎㅎ
당연히 마음에 안 드시죠. ㅎㅎ
'왜 샤부샤부 좋은데, 싫대??? 왜 싫대??? 뭐.. 그래, 고깃집 좋지. 야채랑 먹으면 좋지. 내가 따지려고 전화한 건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장어도 콜레스테룰 때문에 안 좋아. 고기 먹으면 돼. 그럼 그날 봐. 그래, 너 아프지 말고 조심 지내라.'
이런 전화를 받으니 마음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남편한테 말했다.
'자기야, 어머님께서 전화 주셨는데, 식당 마음에 안 드신 것 같은데? 물론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았지만 샤부샤부 무한리필이나 이거 저거 먹을 수 있는 뷔페식 가고 싶으신 것 같아요.'
그랬더니...
'그럴 줄 알았어. 우리 엄마, 고기 싫어하셔. 원래 뷔페 같은 걸 좋아하셔. 자기가 먹고 싶어 하니까 그 집 선택한 거야. 나도 별로 고기 당기지도 않고 그 정도 아닌데 자기 때문에 그런 거야.'
자기야, 그건 아니지.
내 핑계되지 말아야지!!!!!!!!
예상치 못한 남편의 말에 내 분노게이지 급상승.
'자기야, 고깃집 먼저 검색하고 나한테 계속 물어본 사람이 자기잖아. 그리고 식당 선택하는데 가장 큰 원인이 뭔지 알고 이야기하냐고. 자기가 그날 근무 들어가야 하니까 피곤해지는 게 싫다고 해서 집 근처에서 찾은 거잖아. 그리고 아가씨가 샤부샤부 싫다고 했다면서! 예산도 이야기했었잖아. 지역을 넓이고 예산도 좀 늘리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아버님 생신인데, 아버님 드시고 싶은 거 사드려야지. 내가 언제 고기 먹고 싶다고 했냐고. 아니, 내가 고깃집 이야기했다고 그걸 이유로 하면 절대 안 되지. 내 핑계되지 말아야지!!!'
남편은 전혀 이해 못 했다. '왜~? 내가 부모님보다 와이프를 챙기겠다는데~ 뭐가 그리 기분 나쁘고 억울한지 이해 못 하겠는데??? 다른 집 와이프들은 좋다고 할 텐데, 참 놔.. 이해 못 하네~'
정말 어이없어 헛웃음 나왔다.
나는 고기를 엄청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걸 선택해 준 건 고맙긴 하나 아버님 생신은 아버님 메인이지. 내가 메인 아니라는 걸 왜 모를까.
서로 대화의 포인트가 달라 답답했다.
남편은 크게 화를 내며 다시 식당을 알아보겠다고 큰소리 쳤지만 조건에 맞는 식당을 찾지 못했다.
결국 내가 나서 식당 찾았고 예약하고 나서야 상황 종료되었다.
맞춤법 검사하니 '샤브샤브' -> '샤부샤부' 일본어 외래어 표기라네요
https://www.korean.go.kr/front/mcfaq/mcfaqView.do?mn_id=&mcfaq_seq=9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