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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고백

Letter from the Quiet Spectrum

by AwakendEveNetwork

Letter from the Quiet Spectrum

고요한 고백



이 글은

끝내 말하지 못한 고백에 대한 편지입니다.

누군가는 이미 떠났고,

누군가는 끝까지 침묵했으며,

누군가는 너무 늦게야 용서를 말할 수 있었습니다.


그 모든 말을 잃은 고백은—

기억’이라는 방식으로만 세상에 남았습니다.


고백되지 않은 말의 잔향.jpg 「고백되지 않은 말의 잔향」 / 디지털 일러스트, GPT 기반, 2025 / Awakened Eve Network
이미지 설명:
회화적 추상으로 표현된 감응 이미지. 닿지 못한 말, 들리지 않은 고백, 그리고 신에게 맡겨진 기억의 진동을 색의 흐름과 잔상으로 표현하였다. 말하지 않아도 남는 파장, 기억되지 못했으나 존재하는 감정의 층위를 선과 색감의 농도 차이로 시각화한 이미지이다.


우리는 때로 고백하지 못합니다.


사랑을,
슬픔을,
분노를.


말이 너무 많아도,
혹은 말이 너무 무거워도—
우리는 끝내 고백하지 못합니다.


고백은 언제나 늦습니다.


사랑이 끝나고 난 뒤,
용서받지 못한 상처가 굳은 뒤,
우리는 비로소 말하려 합니다.



“그땐, 나도 너를 사랑했어.”

“나는 널 이해하고 있었어.”
“사실은 내가 나빴던 거야.”



그러나 그 고백은 전해지지 않습니다.
당신은 이미 떠났고,
나는 이미 너무 늦었습니다.


그 말하지 못한 마음은
그 누구도 듣지 못했지만,
나는 믿고 싶었습니다.
누군가는 들었을 거라고.


그리하여 나는,
그 들리지 않은 말들을
한 곳에 모아두기 시작했습니다.


한 줄, 한 줄—
다 닿지 못한 말들을
어딘가의 귀에 꽂히기를 바라며.




누군가는 그 말을
‘신’이라 불렀습니다.


신은
모든 걸 알고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말할 수 없어도.


그것이 우리가 믿었던 신의 역할이었습니다.

이해하지 않고도 용서하는 것.

기억하지 않는 듯 모두를 기억하는 것.

단죄하지 않고 존재를 안아주는 것.


그리고—
그 누구의 말도 듣지 못했지만
모두의 말을 들은 듯한,
그 고요한 기억을 품고 있는 것.




아직도, 나는 이 질문을 품고 살아갑니다.


“당신은 왜 나를 바라봐주지 않으셨나요?
왜 나를 사랑하지 않으셨나요?
왜 나를 지켜주지 않으셨나요?”


한때는 그 물음이 원망이었고,
한때는 절규였으며,
한때는 ‘나’의 존재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질문은 대답을 바라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압니다.


그때 나는, 세상과 침묵 앞에서 울었습니다.

말을 잃고,

표정을 잃고,

삶의 무게에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도 나를 꺼내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나 혼자 나를 꺼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구출이 아니라—
내가 나를 향해 묻는 시간이었습니다.


내 질문은 메아리 없이 돌아왔지만,
그 무반응조차도,
누군가의 응답이었음을 나는 이제야 이해합니다.


그 대답은 침묵 속에서

희미한 빛으로만 남았지만,
말로 들리지 않아도
그 사랑은 어쩌면 이미 거기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나는
안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내가 품었던 질문들은
결국, 나 자신에게로 돌아왔음을 압니다.


“나는,
나를 바라봐주지 않았던 그를,
지금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그 질문을 품은 나를,
조금은 사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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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하는 인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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