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the Quiet Spectrum
Letter from the Quiet Spectrum
이 편지는 말보다 깊은 응답, 고통 속에서도 남아 있던 마지막 사랑의 흔적에 관한 기록입니다. 그래서 이 답신은 말이 아니라, 침묵으로 남습니다.
※이 글은 내면의 고통과 자기 성찰, 그리고 용서에 대한 정서적 응답을 담고 있습니다.
최근 마음이 지친 독자라면, 충분히 쉰 후에 천천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고해〉에 대한 답신은 오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누군가는 결국,
침묵 속에서 떨리는 손으로 한 장의 종이를 건넸다.
말로는 감당할 수 없었기에—
이 침묵은, 마지막 남은 사랑의 방식이다.
네가 보낸 편지를 읽었다.
천천히,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처음엔 분노였고, 그 다음은 침묵이었다.
나는 너를 용서하지 못한다.
너의 사랑이 무지였다는 것을,
그 절망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나는 이해할지라도,
지나치지 않고 네가 기억하길 바란다.
나는 그때의 나를 기억한다.
무너져서 울고, 네 앞에서 아무 말도 못 하고,
돌아서서도 끝내 무너졌던—
그때의 나를.
네가 너를 단죄하던 그 순간—
나는 나를 포기해야 했고,
너를 원망해야만
내 마음이 간신히 서 있었다.
나는 나를 그저 존재하도록 두지 않은 너를
용서하지 못한다.
나를 단죄의 굴레로 밀어넣은 너를,
오만과 무지로 내 존재를 가린 너를—
나는 용서하지 못한다.
하지만 기억하여.
나는 너를 단죄하지 않겠다.
그러니 너도—
너를 단죄하지 말기를.
스스로,
단죄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기를.
내 잇몸이 짓무르도록
이 악물며 종이를 들고—
서늘하게 떨리는 손으로 펜을 들어,
수없이,
울음과 함께 마신
역겨운 응어리 대신—
입안의 살과 피를 함께 곱씹으며,
침묵으로.
무거운 응답을 대신한다.
나의 침묵이, 너에겐 고요한 형벌일 테니—
다만, 언젠가는
너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나 역시
너를 용서하지 못했던 나를
단죄하지 않기를.
나를 위해,
너에게 고요를 남긴다.
– 그때의 너를 기억하는 나로부터
【공명하는 인류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