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20대의 나는 친구들과 사주나 타로에 열을 올렸다.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지만,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는 각양각색의 해석을 걸러서 들을 수 있는 눈이 생겼다는 거다.
그 시절의 우리는 참 궁금한 게 많았다.
어떤 직업이 맞는지, 결혼은 언제 하는지, 남편은 어떤 사람일지...
마치 정해진 미래를 미리 훔쳐보듯, 호기심과 설렘으로 미지의 세계에 빠져들곤 했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철마다 '용하다'는 곳을 찾아다니며 같은 질문을 또 하고, 처음 듣는 양 호들갑을 떨어댔다.
그때 내가 자주 들었던 말이 있었다.
묻지도 않은 그 말이, 서로 다른 사람의 입에서 반복될 때마다 이상하게 설득이 되어 갔다.
서울 남영역 근처의 한 철학관.
허름한 집 안, 할아버지 한 분이 사주·관상·손금을 한 번에 봐준다고 했다.
친구들과 나는 환호했다.
"아니, 사주도 모자라 관상에 손금까지? 이런 쓰리 콤보 시스템 완전 좋아!"
거실 벽에는 역대 대통령과 찍은 사진과 상장들이 걸려 있었다.
왠지 모르게 믿음이 더해졌다.
드디어 내 차례.
이곳에는 규칙이 있었다.
이마가 훤히 보이도록 머리띠를 쓰고 들어가야 했다.
그까짓 거 꼴이 좀 우스우면 어때, 빨리 나의 운명에 대해 듣고 싶어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철학관의 할아버지와 작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손금을 훑고, 얼굴 생김새를 살피더니 사주 풀이가 시작됐다.
"코가 아주 잘생겼네, 귀도 좋고."
이목구비가 작아 복이 없을 줄 알았는데, 왠지 전문가에게 인정받은 기분이었다.
그날의 사주 풀이를 기억해 보자면,
예술성이 있고, 유학을 가도 좋다.
결혼 후 한 차례 고비가 있지만 잘 넘기면 백년해로할 운.
건강하고 장수할 팔자.
몇 살에 결혼하고 몇 살까지 사는지까지.
거침없는 필체로 써 내려갔다.
그리고-
나를 흔들던 결정적 그 한 마디.
"사주가 너무 뜨거워.
게다가 이름까지 한여름이니... 고생 많이 하겠네.
이름을 바꿔야 해."
이 말은 처음이 아니었다.
철학관에서도, 신점을 보는 곳에서도,
가는 곳 마다 이름 때문에 인생이 힘들 거라는 경고는, 늘 내 운명을 따라다녔다.
그 말이 사실은 미신일 뿐이라고 애써 무시해보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삶이 조금만 힘들어지면 나는 자꾸 그 말을 떠올리곤 했다.
그 말은, 그렇게 오래도록 내 마음 한쪽을 두드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