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아이쇼핑 : 오늘의 집

by 레일라노트

드디어 나도 독립이라는 걸 하게 됐다.
이제부터 유료호흡을 하겠다는 뜻이지만,
나에겐 ‘유료’보단 ‘자유’라는 문장을 덧붙이고 싶은 자취의 시작이었다.


그럼에도 한국의 물가와 사회의 씁쓸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였기에
쓸데없는 인테리어 소품, 비싸기만 한 브랜드 제품 대신
진짜 필요한 것만, 가성비 좋은 것들만 골라야지. 다짐했다.


하지만.. 나는 아름다운 것에 너무나도 취약한 사람이었다.



#1. 오늘의 집 입성기


처음엔 정말 꼭 필요한 옷장, 침대 같은 가구를 고르려고 오늘의 집 앱에 들어갔다.
스크롤 몇 번까지만 해도 예쁜 소품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근데 언제부터였을까.
장바구니엔 8개, 12개, 지금은 15개…
보다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이왕 살 거, 예쁜 걸로 사자.’
‘깔끔한 걸로, 내 공간 분위기를 망치지 않을 걸로.’


자취방에 대한 애정은 그렇게 생겼다.
가성비만 따지던 마음에, 미간을 찌푸리지 않을 디자인을 고려하게 되었다.



#2. 남의 집을 보며 내 취향을 알아갔다


요즘은 그냥 습관처럼 오늘의 집을 들어간다.
뭔가를 사지 않더라도,
그냥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오늘의 집의 매력은
현실적인 집을 보여주는데, 그 안에서 살고 싶은 상상을 하게 만든다는 거다.


우리 집과 구조도 비슷하고, 평수도 비슷한데
어쩌면 이렇게 다르게 꾸며질 수 있을까 싶은 방들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나도 해볼까?’ 싶어진다.



#3. 누군가의 집이, 내 취향이 될 줄이야


가끔은 너무 예쁘게 꾸며진 집을 보며
이건 무슨 드라마 세트장이야? 싶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진짜 사람 사는 집이 나온다.


싱크대 위에 전자레인지가 올라가 있고,
주방 옆에 고양이 화장실이 있는 집.


그런 현실적인 장면 속에서
물건 하나, 조명 하나에 담긴 취향이 보이고
그 취향을 구경하는 재미가 진짜 쏠쏠하다.


어릴 때는 부모님 집, 친구 집 외엔 남의 집 구조를 알 길이 없었다.
TV 속 인테리어는 너무 멀게 느껴졌고,
‘나는 뭘 좋아하는 사람이지?’ 같은 생각조차 못 해봤다.


근데 오늘의 집 덕분에
내가 미니멀을 좋아하는지, 빈티지한 분위기를 좋아하는지,
아니면 그냥 고양이 화장실을 가리는 법에 더 관심이 많은지까지 알게 됐다.


그리고 그 모든 시작은, 누군가 올린 사진 한 장이었다.
누군가의 집이 누군가의 취향이 되듯,
내 마음에도 오래 남았다.



#4. 무한 아이쇼핑은 계속된다


이젠 그냥 채우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깔끔하고 기분 좋게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고른다.


무언가를 '채운다'기보단

어떻게 하면 ‘좋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고,

그 중심엔 내 공간에 대한 애정이 생겨버렸다.


비워낸 공간만큼, 좋아하는 걸로 채운 공간.


오늘의 집에서 나는,

그냥 제품을 고르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할 느낌을 고른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애정 가득

장바구니를 덜었다가, 다시 채운다.

아직 도착하지도 않은 내 방은 어느새 상상 속에서 꽤 그럴듯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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