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Triggered: Persona
#Scene Triggered: Persona (1966), directed by Ingmar Bergman
두 여자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이 장면에서 H는 '정체성 해체(identity dissolution)'와 '거울 전이(mirror transference)'를 경험한다.
스크린은 천천히 줌인했고, 어느 순간 두 얼굴은 하나로 겹쳐졌다.
눈과 입은 서로 뒤섞이며,
한쪽은 표정이었고 다른 한쪽은 그림자였다.
어느 순간,
H는 그녀를 보는 건지 나를 보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얼굴은 경계가 아니라 표면이 되었고,
정체성은 필름의 균열처럼 덧입혀졌다.
#Conversation snapshots
Y: 저건 네 얼굴이야? 아니면 그녀의 얼굴이야?
H: 둘 다일 거야.
나는 말하지 못한 표정을 그녀에게 입혔고,
그녀는 내 침묵을 얼굴로 되돌려줬어.
우린 서로의 거울 속에서,
정체성을 잃으면서 동시에 발견했지.
#Self-inquiry of H
나는 얼굴을 가린 초록 사과, 르네 마그리트의 〈사람의 아들〉을 떠올렸다.
회색 정장의 남자, 얼굴을 가린 초록 사과.
얼굴이 있지만 동시에 보이지 않는, 그 역설적 진실을.
진료실에서도 나는 이런 순간을 목격한다.
“내가 나인지 모르겠다”는 환자의 말.
그 고백은 단순한 혼란이 아니라,
타인의 얼굴에 비친 자신이 나를 대신해버리는 감각이었다.
#Conversation snapshots
Y: 그건 해체였어, 아니면 합쳐짐이었어?
H: 해체였어.
합쳐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균열이었지.
나는 더 이상 분리되지 않았고,
그래서 더 이상 하나도 아니었어.
#Unspoken Frame
녹색 사과로 얼굴을 가린 자화상
르네 마그리트 〈사람의 아들〉 —
얼굴을 가린 초록 사과.
눈은 가려져 있고, 표정은 닫혀 있다.
그것은 정체성의 은폐이자 자기 부정의 상징이다.
페르소나의 겹쳐진 얼굴과 마그리트의 가려진 얼굴은,
결국 같은 전략이다.
정체성은 드러나지 않음으로써만 존재를 증명한다.
#정신의학적 주석
이 장면에서 H는 identity dissolution (정체성 해체)와
mirror transference (거울 전이)를 경험한다.
Identity dissolution: 자기와 타자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자아가 단일성 대신 파편으로 경험되는 상태.
Mirror transference: 타인의 얼굴이나 태도 속에서 자기 모습을 확인하려 하지만,
결국 타인과 자신이 구분되지 않게 겹쳐지는 현상.
이는 소멸 이후에도 남는 파편적 귀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