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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유의 하루 Oct 22. 2023

'암 치유과정'을 쓰고 발견한 것

지리산 정기를 받아 썼습니다

산내면에 브런치 작가, 치유가 떴습니다


오늘로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시골살기 7일 차입니다. 지리산 일주일 살이 중 닷새를 오로지 글쓰기에 집중했습니다. 아침 9시 햇빛을 받으며 지리산 이음에서 운영하는 공유 오피스로 출근했습니다.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오후 6시까지 글만 쓰다 만수천을 따라 퇴근했습니다. 잠깐 틈을 내어 실상사와 뱀사골로 영감을 구하는 산책도 다녀왔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달빛마루에서, 쏟아지는 별빛을 벗 삼아 저녁 글을 짓다 잠이 들었습니다.



이음 선생님들은 제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출퇴근이 중요한 일인지 궁금해하셨습니다. 좋은 날 앉아만 있는 모습이 안타까우셨는지 여기저기 가볼 만한 곳을 쏟아부어주셨습니다. 들썩이는 엉덩이를 꾹 눌러 붙여 앉았습니다. <스물아홉에 시작한 암 치유과정기> 1탄에 미처 담지 못한 뒤늦게 떠오른 기억들, 그 이후의 경험을 모아 총 아홉 편의 글을 풀었습니다.



지리산 정기 덕분이었을까요, 압박 때문이었을까요. 전반적으로 지난해 보다 글 쓰는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1탄과 비교했을 때 초안 작성량도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수월하게 글을 쓰다가도 간혹 감정의 실타래가 덜 풀려있던 에피소드를 두고 한참을 썼다 지우길 반복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피했던 마음의 시선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간 쓰고 싶다면서도 막상 시작하지 못했던 까닭이 여기 있었습니다. 스트레스가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입니다. 입양 에피소드가 그랬습니다. 창문 너머 지리산 천왕봉을 바라보며 한 자 한 자 꾸역꾸역 모아 한 문단을 엮었습니다. 희미하게 남아 있던 마음의 장벽이 걷힌 듯 밀려오는 개운함을 만났습니다. 글쓰기를 핑계 삼아 의도적으로 마주한 덕분입니다.



암 걸린 이유를 적어보려 했었는데!

그러고 보니 가족 이야기도... 깜빡했네!ㅎㅎ


1탄 이후 다음 편을 쓰기까지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습니다. 브런치북 2탄에 적었듯 복직과 입양거절, 퇴사까지 굵직한 일들이 많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올해도 이어진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 덕분에 1년에 한 권씩 책을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쓰기 시작하니 재밌을 법한 에피소드들이 우후죽순처럼 떠올랐습니다. 그중 암 경험자로서 알게 된 '암 발병의 원인'을 담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암을 기점으로 달라진 가족 이야기(가칭 '가족은 심화단계')도 마찬가집니다. 이번 프로젝트 온갖 이야기를 담으려 애쓰려다 포기하려던 나를 발견했습니다. 2탄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호흡을 가다듬어 다음 편에 담아 보기로 합니다. 내년이면 암 진단일 기준 만 5년이 도래합니다. 수술 일자를 기점으로 본다면 5년 완치 확인서는 못 받을지 몰라도, '암 치유 비결'은 나누어 볼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제목을 완성기가 아닌 '과정기'로 붙인 이유


지난 브런치북 닫는 글에 치유 여행길 중인 분들께 글쓰기를 권했습니다. '용기가 필요한 분들께 제 손을 내밀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던 기억도 납니다. 그 후로 손 내밀지 못했지만요. 반복하여 집필 경험을 쌓으면 제게도 용기가 채워질 것만 같았습니다. 두 번 쓴 사람이 세 번 쓸 확률도 훨씬 높을 테니까요. 제목에 '과정'이란 단어를 굳이 넣은 것도 용기를 더하고자 함이었습니다. '나도 써볼까' 용기 낼 미래의 작가님들께도요. 다시 써보니 용기만큼이나 확신 역시 커졌습니다. 글쓰기로 자유와 치유를 얻는다는 점 말입니다.



오늘도, 우리 모두에게, 치유의 하루를


글쓰기 딱 좋은 계절에 산내 마을과 닿은 인연에 감사합니다. 이번 지리산행 역시 적극적으로 도와준 남편에게 고맙습니다. 오며 가며 글쓰기는 잘 되어가는지 물으며 적당한 긴장감을 불어넣어 주신 이음 선생님들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다음번 프로젝트 참여도 가능하니 스트레스만 받지 말라며 응원을 보낸 오래된 친구 기평이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일단 쓰도록 이끌어 주신 자칭 같은 부족의 사람들, 브함쓰 작가님들 사랑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음 글을 기다리며 응원을 더해주시고,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치유의 하루를 빕니다.


작가 치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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