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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언제나 옆에 있을 거야

법원에서 날아온 첫 번째 편지를 받고서

by 치유의 하루

아기가 집에 온 뒤, 두 번째로 맞는 주말 오후였다. 아기는 낮잠에 들었고 집안은 오후 햇살이 들어 고요하고 평온했다. 늦은 점심을 마치고, 모자와 마스크를 눌러쓰고 지하철로 향했다. 법원 명령으로 심리 검사를 받으러 가는 길이었다.


심리검사(평가) 통지 및 비용납부 명령

입양특례법의 입양허가(국내) 사건에 관하여 가사소송규칙 제62조에 의하여 OOO, OOO에 대한 심리검사(평가)를 아래 전문가에게 지정하여 촉탁하였음을 통지하오니 전문가에게 연락하여 지정기일에 심리검사(평가)를 받아야 하며, 심리검사(평가) 비용은 이 통지를 송달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비용 400,000원(1인당 200,000원)을 납부하시기 바랍니다.

*심리검사 담당자
- 임상심리 전문가: XXX
- 주소: ***마음연구소


가정법원에서 첫 번째 편지를 받자마자, 나는 안내문에 적힌 곳으로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최대한 빠른 진행을 원했기 때문이다. 해당 심리 상담사는 아직 법원에서 안내장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게다가 며칠 후 본인이 해외출장을 떠나서 1개월 후에야 일정 조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집 앞에 심리센터에 연락하고 싶었지만, 절차상 법원이 지정해 준 상담사를 만나야만 했다. 나는 작은 숨을 내쉬며 달력만 쳐다봤다. 그때였다.


"아무래도 부모님 입장은 하루빨리 마치고 싶으실 텐데요"


"네, 아무래도 그렇습니다. 절차가 길다 보니 서두르고 싶은 마음이 앞서네요"


"혹시 상담사를 변경하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1개월 뒤라도 괜찮으시겠어요? 제가 법원에 연락해서 변경 요청드릴 순 있어요"


수화기 너머로 느껴지는 상담사의 목소리가 편안했다. 배려를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냥 이대로 유지할까도 싶었지만, 빛보다 빠른 속도로 나는 "그럴 수 있다면, 변경하고 싶습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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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경험자에서 '나 사랑 전문가'로 성장한, 치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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