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도 교정이 되나요??
성인의 멜라토닌 분비가 10시쯤이라면 십 대 시절이 되면 멜라토닌 분비는 왕성한 대신 늦은 시간에 분비가 된다고 한다. 새벽 1시에나 잠이 들 준비를 하니 당연히 기상도 늦춰질 테고 각 가정마다 깨우려는 자와 자려는 자의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안 그래도 못 자는 나 같은 사람은 새벽 1시에 분비가 되든 말든 지장은 없었으나 늘 늦게 잤고 그로 인해 아침마다 일어나기가 매우 힘들었다. 그 당시 나는 스쿨버스를 타는 중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늘 스쿨버스를 놓쳐서 타지 못하고 버스를 타고 등교해 지각을 하는 학생이었다. 매달 마지막 주 다음 달 스쿨버스 승차권 신청기간이 되면 다음 달은 반드시 일찍 일어나 스쿨버스를 타겠다는 굳은 의지로 신청을 하지만 매번 스쿨버스를 놓치고 시내버스를 타고 허둥지둥 학교로 가는 생활이 이어졌다. 대신 이때 나의 태생적 불면을 부채질하는 성격적 결함(이 또한 태생적이라 생각해서 매우 억울하다)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불을 끄고 가만히 있는 시간에 머리가 쉬지를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 당시 지금 유행하는 mbti를 알았다면 나는 극 N의 성향이었던 것이다.
Mbti가 유행하면서 갑작스러운 자기 성찰과 반성으로 자신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지고 어제까지 이해할 수 없던 타인에게 급격하게 공감하거나 반대로 비난하느라 온갖 낭설이 떠돌던 때, 나를 가장 황당하게 했던 질문은 S는 정말로 머리 감을 때 아무 생각도 하지 않나요? 였다.
단순 노동을 할 때 혹은 멍하니 있을 때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다. 뇌가 쉬고 있다. 이런 일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S는 정말로 아무 생각 하지 않는다는 수많은 간증을 듣고 즉각적으로 그럼 당신은 자려고 누우면 바로 잠드나요?라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 이 역시 대부분 그렇다는 S의 말들에 너무나 놀랍고 부러워 몸부림치다 못해 억울하기까지 했다.
중등 이후 발견된 입면을 방해하는 나의 성격적 결함, 그것은 나는 뇌를 쉴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머리를 감는 목표가 있는 행동에서 조차 별의별 생각이 이어지는 나의 뇌는 자려고 누우면 끊임없이 생각을 했다. 가령 방금 전까지 보던 영화나 티브이가 재난 관련이었다면 나라면 집에 불이 나면 뭐부터 챙기고 어떤 루트로 도망을 쳐야 할까를 생각했고 내일 이동수업이 있다면 그전 이동수업 때 누구랑 가면서 이런 장난을 치고 이런 대화를 해서 재밌었지 근데 그때 이 말을 했으면 더 웃긴 상황이 되었겠지? 하는 생각부터 내일은 이동을 누구랑 함께 할 것까지 이어지고 스쿨버스 안에서 본 옆 반 누구랑 누구가 친하던데 누구는 저번엔 다른 아이랑 더 친해진 것 같던데 왜 이젠 안 친하지부터 그 아이가 입은 옷 색깔조합이 이쁘던데 나도 그런 옷 색깔이 있던가? 나도 그럼 내 옷 중 이 옷과 저 옷을 입어볼까? 그걸 소풍 때 입고 갈까 아니야 소풍 때는 더워서 안돼 그나저나 작년 소풍 때 단체사진 나 되게 잘 나왔었는데… 이런 식으로 네버엔딩 스토리가 이어지는 것이다.
혹자는 생각을 안 하면 되지 이걸 왜 못 고친다는 거지? 하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봐라 가만히 누워있는데 아무것도 안 하기가 쉬운가? 더구나 입면을 위해 빛을 다 차단하고 말 그대로 컴컴한 어둠 속에서 멍하니 그냥 있어야 하는 상황인데 말이다. 반대로 S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들은 버스를 타고 길게 이동할 때 같은 불가피한 상황에 아무 생각이 없이 가만히 있어야만 해서 너무 지루할 것이다. 지루하고 무료하면 신체도 나른해지고 잠도 잘 올 것 같다. 물론 나 같은 사람은 온갖 생각이 헤엄쳐서 그 시간이 지루했던 적이 없다.
명상을 배워보면 가만히 멍하고 머리를 비우는 게 훈련이 될까? 사이비가 아닌 진짜 제대로 된 명상을 어디서 배워야 할까? 비용이 꽤 들 거 같기도 하고 말이다. 혹시 이렇게 가만히 뇌를 쉬지 못하는 것도 일종의 ADHD는 아닐까..? 그렇다면 검사를 통해 ADHD약을 먹는다면 뇌를 가만히 놔두게 되고 지루해서라도 금방 입면 하지 않을까? 봐라 나는 벌써 이런 생각부터 하기 시작한다. 진심으로 이런 성향을 없앨 수 있는 수술이란 것이 있다면 받고 싶을 지경이다. 그런데 이거 좀 괜찮은 생각 같다. 성인 ADHD 검사와 치료를 통해 행동이 아닌 생각이 차분해지기도 하는지.. 그렇다면 이것이야 말로 입면까지 긴 시간이 소요돼 불면을 더더욱 부채질하는 나 같은 유형의 환자에게는 한 가닥 희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