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중독자의 수면 집착 일지

둘째 주

by 신나

5월 9일 약 미복용, 멜라토닌젤리 2알 복용


되도록이면 처방약을 먹지 않고 잠들려 노력 중이지만 어제도 역시나 입면에 한 시간 이상 소요되다 보니 불안이 밀려왔다. 멜라토닌이 처방약보다는 보조제의 성격을 띠니 덜 해롭지 않을까 해서 정량이자 최소 용량인 멜라토닌젤리 2알을 먹었다. 나는 우습게도 유경험자 주제에 처방약이 더 해로운 것이 아님에도 처방약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젤리를 복용하고 약 30여분 후 잠듦.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매우 피곤하고 어제 아침처럼 눈뜨기가 힘들어 약 15분을 더 잤다. 그래도 처방약을 복용했을 때 같은 어지러움이나 몽롱한 느낌은 덜했다. 잠을 못 자는 것보다는 약을 먹고라도 자는 것이 이득을 따져보았을 때 훨씬 나으므로 약을 먹어야 하는데 몽롱한 느낌이 거의 반나절 이상을 가고 나른함이 느껴지니 자꾸 복용이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최상의 경우는 스스로 잠드는 거지만 그것은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 같고 비교적 가벼운 멜라토닌의 도움을 주 3회 정도만 받으며 자고 다음 날 몽롱하지 않은 정신을 갖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해야 할 것 같다. 수면장애를 고쳐보겠다고 병원을 다니면서도 약 복용을 꺼려하면 어떻게 고치겠다는 것인지 나조차 내 고집이 혼란스럽다. 멜라토닌 만으로도 잠들 다가 아로마세러피나 명상 같은 좀 더 자연적인 방법으로 잘 수 있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싶다. 문제는 노화로 인해 멜라토닌의 분비는 계속 줄어들 것이라 자연적인 방법으로 잠들 수 있는 날이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건강을 위해서라도 병원을 계속 다니며 최소 7시간은 자는 것을 목표로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보려고 한다.


5월 10일 -휴약


불면중독 극복을 위해 총노력을 동원해 보기로 한 이후 최종 목표의 전제조건으로 먼저 생각한 것이 있다면 일단은 약을 먹지 않고 잠드는 것이다.

이 전제조건을 철저히 지키기 위해 밤 11시까지는 잠이 올 것 같은 신호가 오면 절대 약을 먼저 먹지 않았다. 약에 의지하며 살기엔 아직 남은 나의 인생이 길기(길기를 바란다) 때문이다.

어제 (5월 9일 밤)는 몸이 나른하면서 하품이 간간이 나오는 것이 약 없이 잠이 들 수 있을 것 나 같은 신호가 왔고 과연 11시 넘어 약 20여분 뒤척인 후 잠이 든 것 같다. 아침 시간에도 알람보다 먼저 눈뜨지 않고 쭉 잘 잤다. 어제부터 생리가 시작되었는데 아무래도 이로 인한 호르몬변화와 피곤함이 큰 작용을 한 느낌이다.

5월 12일 -복용

11시가 넘어서도 잠이 올 증조가 전혀 느껴지지 않으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본디 불안증이 불면증을 부르는데 내 경우는 불면이 불안증을 불러왔다. 다른 불안의 이유는 전혀 없었다. 잠이 안 와서 화가 나는 것 말고는,, 이것을 화병으로 보아 불면의 원인으로 볼 수 있나? 무튼 오늘도 11시가 넘어서도 입면의 증조가 없어 망설임 없이 복용.

약을 먹어도 약 20여분은 정신이 말똥하고 하품이 나오지 않았다. 그 이후 하품이 연달아 나오기 시작하고 스스륵 입면 한 것 같다. 아침(5월 13일)에 일어나니 역시나 머리가 몽롱했고 계단을 내려갈 때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이 몸에서 퍼지는 속도가 서서히 진행되는 것일까? 하루 종일 아주 살짝 몽롱함이 남아있고 매우 피곤하고 졸음이 쏟아졌다. 어제의 수면 시간만 따진다면 약 7.5시간이니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닌데 수면의 질이 확실히 좋지 않은 것 같다

약 때문에 수면의 질이 안 좋은 것인지 노화로 인해 수면의 질이 안 좋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5월 14일-복용


복용 후 약 50여분이 지나 잠이 든 것 같다.

마지막 시간 확인은 12시 20분. 시간을 억지로라도 확인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종종 알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눈을 떴을 때는 새벽 3시 40분. 다시 잠들기가 쉽지 않음을 알기에 약을 먹었는데도 쭉 자지 못했다는 생각에 좀 짜증이 났다. 약 7시 30분까지 잠을 잔 것인지 못 잔 것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로 지나갔다. 드문 드문 내일 스케줄과 이번 주 만날 사람에 대해 생각을 한 거 보면 잠이 든 것 같진 않고 긴 기억은 없는 거 보면 그러다 아주 얕게 잠이 든 것도 같다. 아침에 일어나 느껴지는 어지러움과 몽롱함은 어제보단 덜 느껴졌다. 그러나 출근 후 활동하는 내내 몸을 움직일 때마다 미세한 어지러움과 멀미하는 기분이 느껴졌다. 내가 잠을 잤는지 안 잤는지 나조차 확신할 수 없다.

이런 경우가 수면 책에서 본 자칭 불면이란 걸까? 왜 못 잘까 라는 책에서는 자칭 불면을 언급하고 있다. 즉 불면을 호소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 다수가 실제로는 잠을 잘 잤는데 본인이 자지 못했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불면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면의 질 테스트를 해봐도 참가자들 중 대다수가 의외로 빠른 시간 내에 잠이 들었다는 것이다. 니시노 세이지는 이들은 잘 잤음에도 빨리 잠들어야 한다는 강박과 긴 수면시간에 집착해서 못 잤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수면의 양보다는 질 좋은 수면을 취하도록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며 수면시간보다는 다음 날 나타나는 신체의 불편한 증상으로 수면장애를 파악하라고 한다. 그런데 그 불편한 증상이란 것이 내가 매일 느끼는 아침 기상의 힘듦, 종일 멍하고 몽롱한 점, 초저녁에 졸린 점, 피로감 등을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자칭 불면이 아니다. 어제 새벽 3시 40분 이후의 수면은 나조차 확신하지 못하지만 기상이 힘들어 어제보다 10분을 늦게 일어나 5분을 지각했으며 오늘 종일 피로하고 졸리며 초저녁에 졸려 안간힘을 써야 했던 상황이다.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나는 자칭 불면은 아니다.

내가 설사 자칭 불면 이래도 상관없다. 수면시간에 집착하지 말라는 거 잘 알겠고 내가 내 생각과 달리 이미 충분히 잘 자고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겠다. 또한 중년이 된 너는 젊은 시절처럼 개운하게 푹 자는 건 이제 바라지도 말라는 것도 받아들이겠다. 다만 나는 다음 날 눈이 뻑뻑하지도 머리가 멍하지도 않고 하루 종일 졸리지도 않게 생활하고 싶다. 단 몇 시간만 짧고 굵게 푹 자고 더 이상 못 자더라도 나 잠잤다는 느낌이 들게 자고 싶다는 말이다.

병원을 빠른 시간 내 다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약속이 있고 내일은 휴일이니 모레 반드시 병원을 가야겠다. 잠을 개운하게 자는 것도 아니면서 이렇게 미세한 어지러움이 계속되는 건 불편하기도 하고 운전이나 혹시 낙상 같은 사고도 우려되었다.


5월 15일 -복용


약간의 감기 기운으로 침대에 종일 누워있다 보니 낮부터 초저녁 사이 잠이 스스륵 들어 가볍게 두 시간 정도 잤다. 낮잠을 자면 저녁 수면이 힘들 것을 알기에 안 자려고 안간힘을 써봤지만 감기에 이길 수가 없었다.

결국 밤 11시 50분까지 버티다 약 복용. 미련하게 버티지 말고 그냥 일찍 먹을 것을,,, 물론 복용 후에도 어제는 좀처럼 잠이 들지 않아 약 1시간 반을 뒤척이고 잠이 들지 못했다.

아침은 여전히 눈 뜨기 힘들었지만 어지럼증은 평소보다 덜 했다,

이것이 적응을 한 것인지 아니면 감기로 인해 나름 푹 자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지럼증이 덜 했다는 것이지 아주 없진 않아서 살~짝 멍하고 나른한 느낌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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