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못 자는 이유는요
내가 못 자는 이유
얼굴이 어딘가 피곤해 보이거나 핼쑥해 보이는 경우, 혹은 기분이 다운돼 보이는 경우 듣는 말은 어제 잘 못 잤어요?이다. 잠은 그만큼 다음날 사람의 외모 컨디션과 에너지, 기분까지 좌지우지한다.
요즘 통 잠을 못 잔다라고 말하면 즉시 무슨 고민 있어요?라는 말이 나온다. 대개는 잠을 못 자는 특정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지 그냥 아무 이유 없이 태생적으로 못 자는 경우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잘하지 않는다. 고민이 있어서,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우울해서 혹은 불안해서 등등 잠을 못 자는 이유가 반드시 있어야만 불면이 납득이 되는 모양이다.
나는 최초의 기억이 있을 시절부터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했다. 일단 기억이 없는 시절, 부모님의 구전으로 듣던 바로도 잠을 잘 자지 않아 부모님의 애간장을 어지간히 태운 아가였다.
도통 새벽까지도 자지 않고 잠이 들어도 깨기 일쑤인 나 때문에 부모님은 본인들이 잠을 조금이라도 잘 방법으로 바구니에 넣은 나를 발 밑 천정에 매달아 두고 내가 울면 발로 바구니를 살짝 밀어 우리가 아직 너를 잊지 않고 흔들어 재우려 노력하고 있다고 나를 속이는 방법을 쓰셨다고 한다.
내가 기억하는 거의 최초의 기억도 밤 11시가 훌쩍 넘어 12시를 향해 가는 시간에 언니 동생은 다 자고 혼자만 멀뚱멀뚱 깨어 있는 채 엄마가 보던 토요명화 소리를 저 멀리서 어렴풋이 듣던 기억이다. 자라는 엄마의 호통에 눈을 꽉 감고 자는 척을 하고 있으면 눈앞에는 까만 화면에 기하학적인 무늬가 반복 재생 되는 스크린이 펼쳐졌다.
그 조그만 아이가 무슨 고민이 있고 우울함이 있으며 불안증이 있었을까. 물론 어린이도 자아가 있기에 이 모든 것들을 가질 수도 있지만 나는 그런 고차원적인 사유를 할 줄 아는 어린이가 아니었다.
내 불면의 이유는 그저 존재함 그 자체였던 것이다. 태생이 불면증인 어린아이가 있다는 것이 쉽게 납득이 가지 않을 수 있지만 말이다.
내 불면의 역사는 이토록 오래되었고 이처럼 이유가 없었다.
이유 없는 불면은 이유가 없기 때문에 더 고달프다.
5월 8일 /산책 20분
어제의 초저녁잠 5시간+ 복용 후 약 3시간의 잠
아침에 눈을 뜨기가 매우 힘들었다. 평소보다 15분이나 늦게 몸을 일으켰다
머리는 멍하고 아주 살짝 뱃멀미하는 느낌의 어지러움이 있었다
그래도 약에 의지한 얕은 수면이라도 피로도는 확실히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