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브런치 1호 글은 바로 브런치에 대한 성토입니다.
두 번 떨어지고 세 번째 합격했던 그때의 감정을 그대로 담았었네요. 이상하게 브런치 탈락 메일은 마음을 기어이 헤집어 놓습니다. 상쾌했던 마음이 불쾌한 정서로 바뀌었던 그 아침을 아직도 기억하는 이유입니다.
어제는 글쓰기 강의 수강생 분 중 브런치 합격이 안되어 힘들어하시는 분들을 위해 특별 단체 코칭을 진행했습니다.
두세 번부터 스무 번까지 도전에 도전을 하고 계신 분들. 이쯤 되면 브런치가 너무 한 거 아닐까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보내 주신 내용들을 보면 브런치가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남에게도 읽힐 가치가 있는 글이 나올 때까지!
저는 세상 모든 일에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브런치 탈락에도 그 둘이 있을 겁니다. 역기능이라고 한다면, 가라앉는 기분일 겁니다. 그러나, 제가 더 우려하는 건 그로 인해 글쓰기를 멈춘다거나 나는 글을 쓰면 안 되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거듭 말씀드리지만 브런치는 아주 훌륭한 '수단'입니다. 수단이 '본질'을 좌우하면 안 됩니다. 본질은 '글쓰기'입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지 않았다고 해서 내가 글을 못 쓴다거나, 글쓰기를 멈춰야 한다는 생각은 브런치 탈락의 역기능에 제대로 걸려드는 겁니다. 이 부분은 정말 제가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알려 드리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순기능은 뭘까요?
바로 평범한 나에게서 특별함을 끄집어내는 연습의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평범한 걸 특별하게 표현하거나,
평범한 걸 평범하게 보지 않는 힘!
여러분들은 어떤 글을 읽으시나요?
읽은 후에 어떤 평가를 내리시나요? 평범한 이야기를 평범하게 쓴 글을 아마 여러분들도 잘 읽지 않으시거나 읽으셔도 후한 피드백을 주시진 않을 겁니다.
그런데, 브런치 작가 등록이 계속해서 안 되는 분들을 봐드리다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평범한 걸 평범하게 쓰겠다는 다짐과 기획. 예를 들어, '소소한 일상을 씁니다', '몇 년 차 직장인의 이야기' 등. 이러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어 줄 독자가 얼마나 있을까요?
저는 '페르소나 글쓰기'를 계속해서 강조합니다.
페르소나를 나열하고, 페르소나를 세분화하면 구체화가 됩니다. 대부분 페르소나를 잘 나열하시지만 세분화하는 과정에서 깊게 들어가지 못하십니다.
제가 코칭해드렸던 사례로 설명한 번 드려 볼게요.
아래 예시는 실제 제 수강생 분이 올리셨다 탈락된 내용입니다.
페르소나: 직장인
기획: 10년 차 직장인의 이야기
그런데, 저는 이 분이 매우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바로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투자자문회사에서 일한다는 이력인데요. 어떤가요? 매우 흥미롭고 매력적이지 않나요? 자신에겐 매우 당연해서 잊고 있던 이야기겠지만 다른 사람이 보면 정말 관심을 가질만한 이야기라는 겁니다. 즉, '페르소나 세분화'를 할 땐 이처럼 좀 더 깊게 자신을 통찰해야 하고 다른 사람이 봤을 때 흥미로워할 만한, 읽을 가치가 있는 소재와 특성을 잽싸게 잡아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드린 코칭을 참고하여 최종 합격한 글은 아래와 같습니다.
페르소나: 지리학과를 졸업하여 투자자문회사에서 일잘러로 인정받는 직장인
기획: 첫 회계원리 시험 'F'. 금융권에 전혀 관심 없던 내가 투자업계에서 살아남는 고군분투 스펙터클 스토리
자, 어떤가요?
페르소나를 좀 더 세분화하면 다양한 이야기, 다른 사람이 읽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이 생겨 납니다.
평범한 걸 특별하게 표현하거나,
평범한 걸 평범하게 보지 않는 작가로서의 통찰이 필요합니다.
한 가지 더.
다른 사람이 읽을 만한 주제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해서 그것이 남의 눈치를 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자칫하면 '나'를 잃을 수도 있고, 내 글 안에 내 색채가 옅어질 수 있습니다.
나는 내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나는 내 목소리를 글에 담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읽고 마음이 동할 수 있도록, 그래서 자신의 글에 진심을 담아야 합니다.
그래서 브런치에 탈락되었을 땐,
기분을 잠시 가라 앉히시고 다음을 꼭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나의 페르소나를 잘 나열했는지
나의 페르소나를 잘 세분화했는지
내 평범한 이야기를 특별하게 표현하려 노력했는지
내 평범한 일상을 평범하게 보지 않는 연습을 했는지
다른 사람에게 내어 보이는 글이지만 그 안에 나와 내 목소리가 확실히 있는지
(그리고 절대! 브런치 탈락으로 내 글쓰기를 멈추거나, 내 글쓰기의 수준을 평가하지 마시고요!!!)
그렇다면 브런치 탈락은 어쩌면 여러 분들에게 크나큰 선물이 될 겁니다.
브런치는 자꾸만 자신을 좀 더 들여다보라고 말하고 있으니까요!
모두의 글쓰기를 무한 응원합니다!
PS
브런치 탈락으로 의기소침해지신 분들이 주위에 있다면 꼭 공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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