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에 대한 소중함

by 스테르담

당연한 것들이 삶엔 참 많다.

개어 있는 수건. 냉장고 속 가지런하게 썰린 과일. 밥통 속의 따뜻한 밥. 냉장고 속 김치. 그것들의 당연함을 돌아보면, 나는 그 당연함에 개입되어 있지 않다. 가족 중 누군가가 마련해 놓은 특별한 배려를, 나는 매일을 마주하면서 당연시하고 있는 것이란 걸 문득 알게 되었다.


특히나, 가족 없이 혼자 지내는 날이 있을 땐 더 그렇다.

손을 뻗으면 당연히 있던 것들이 없고,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일상 속 여기저기엔 허전함만이 가득하다. 그제야 나는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으며, 당연한 것들을 특별하게 바라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건, 당연한 것에 대한 염증 때문이다.

당연하다는 건 편안함이자 동시에 지루한 것이기도 하다. 고만고만한 하루, 그저 그런 나. 이런 것들을 잊기 위해 우리는 짐을 싼다. 당연한 것, 일상적인 것. 이것을 잊기 위해. 아니, 이것을 임의적으로라도 잃기 위해. 그렇게 기어이 떠나는 것이다. 그러나 여행은 돌아올 곳과 때가 있어야 성립되는 아이러니한 자기 고생이다. 무언가를 찾아 떠난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와 찾고자 했던 걸 찾아낸다. 예를 들면, 일상의 소중함이라던가. 당연하게 여기던 것의 소중함을. 진부하고도 뻔한 이러한 삶의 메커니즘은 무수히 반복된다.


요전엔, 함께 글을 쓰던 커뮤니티 안에서 갈등이 발생했다.

너와 나의 잘못을 고군분투하며 토해내던 모습에서. 나는 서로가 당연하다 여기는 염증을 발견해 낼 수 있었다. 호기심과 기대로 만난 사이, 무슨 말을 해도 서로를 배려하고 응원하던 사람들은 점차 자신의 아픔이 우선이 되어 갔고, 서로를 응원하며 우러러보던 시선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새로울 게 없는 사이. 그저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는 사이. 특별할 게 없고, 도파민과 아드레날린이 사라진 사이. 그럼에도 함께 하고 있는 사이.


싫으면 떠나면 그만일 뿐.

그럼에도 남아 있는 사람들은, 당연한 것의 소중함을 끝내 깨달으려는 인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무언가를, 누군가를 잃은 후에 얻는 깨달음은 반쪽짜리라는 걸 지나간 삶이 내게 말해주고 있다.

있을 때, 지켜낼 수 있을 때. 아주 당연해 보이는 것들의 소중함을 되새기면 확실히 지나온 시간보다는 덜 잃는 삶을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삶에 당연한 것은 없다.

당연하게 여기는 나의 착각과 오만이 가득할 뿐.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마음.

당연한 것을 소중하고 특별하게 바라보는 마음.


삶의 변화는.

사람과의 변화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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