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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Nov 10. 2023

브런치는 필명으로, 그리고 주위에 알리지 마세요.

브런치에 합격하셨나요?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한 가지 확인할 게 있습니다.

혹시, 필명은 가지고 계신가요? 그리고 합격의 기쁨을 주위 분들에게 알리셨나요?


필명을 가지고 있다면 다행.

그렇지 않다면 어서 빨리 필명 짓는 것을 권장합니다.


주위 분들에게 아직 안 알리셨다면 다행.

혹시라도 알리셨다면 거기에서 멈추시길 또한 적극 권장 드립니다.


물론, 이건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다만, 감히 말씀드리건대 제 이야기를 새겨들으시는 게 더 좋을 겁니다.


결론적으로, 브런치에선 작가님들의 정체를 철저히 숨기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정체(?)가 드러나면 글쓰기에 생각보다 많은 제약을 받기 때문입니다.


압니다.

나 글 쓴다고. 브런치 합격 했다고. 자랑하고 싶으실 겁니다. 그 욕구와 바람을 왜 제가 모르겠습니까. 또한 주위 사람들에게 내 글을 알리고, 그분들께서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 주신다면 그 또한 삶의 활력소가 될 것이고요.


그런데, 냉정히 하나만 묻겠습니다.

여러분 주위 친한 사람이나 가족이 글쓰기 시작했다고 그 글을 공유해 주면, 진심으로 잘 읽어 주나요? 아마, 한 두 번은 그럴 수 있겠습니다. 잘 썼다고, 대단하다고. 영혼 1g 정도를 담아 반응하겠죠. 그러나 그 상황이 반복된다면? 계속해서 읽고, 끊임없이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 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 그러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러하지 않은 분들이 더 많을 겁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글을 쓴다고, 내가 작가가 되었다고 혼자만의 기쁨에 취해 떠벌리고 다닌 저는 그 순간을 후회합니다. 직장에선 칭찬과 격려보다 딴짓하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혔고, 믿었던 사람들은 제 글을 악의적으로 편집하여 단톡방에서 누구누구를 지칭하는 것 같다고 추리놀이를 합니다. 제가 전하려 했던 본질과 의미는 온데 간데 없고, 가십거리로 전락한 제 글을 맞이해야 했던 겁니다.


제 수강행 분 중에는, 며느리로서의 고충을 글로 써 내려가시는 분이 계십니다.

글을 쓰며 자신의 마음을 다잡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아주 소중한 시간으로 삼고 있는 거죠. 다행히, 이 분께서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가족들에게조차 그 사실을 함구했습니다. 그래서 온갖 이야기를 마음껏 펼쳐내실 수가 있게 된 겁니다. 만약, 그러하지 않았다면 그 글은 가족 모두를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들었을 것이고, '애미야, 불만이 있으면 말로 하거라...'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무엇보다, 그 글로 인해 상처받고 오해하는 사람이 의도하지 않게 양산되기 시작했겠죠.


글쓰기를 주위에 너무 알리면, 이처럼 글의 소재에도 제약을 받게 됩니다.




중요한 사실 하나 알려 드리겠습니다.

저의 글쓰기를 제가 스스로 떠벌린 것은 첫째,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였고 둘째, 그분들에게 내 글의 조회수를 올리거나 책 한 권 더 팔아보자는 사심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혹독했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글의 조회수가 많이 올라가거나 그분들이 제 책을 많이 사준 것도 아니고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만 사고만 겁니다.


내 글의 영향력이 가 닿아야 하는 곳은.

내 주위가 아니라 내 생활 반경 너머의 사람들입니다.


주위 사람은 한정되어 있고, 객관적이지 못한 판단이 난무합니다.

저 멀리 있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글이 진짜입니다. 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의 마음을 글로 제압할 수 있다는 건 작가에게 있어서 커다란 희열입니다. 그래서 글을 쓰는 건지도 모릅니다. 내 생각을, 의미를 객관적으로 함께 공감해 줄 수 있는 독자분들.


절대, 주위 사람을 위해 글을 쓰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들에게 조회수나 책구매 동냥을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알아서 읽히고, 알아서 팔리는.

그러한 글과 책을 지향하시기 바랍니다.


그러하기 위해선, 꼭 필명을 지으셔야 합니다.

내 글쓰기를 주위에 (구체적으로) 알리지 말아야 합니다.


개인 브랜딩으로 먹고사는 것을 해결하는 프리랜서라면 모두에게 밝혀도 좋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떠벌리고 광고하고 가까이든 널리든 알리는 게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아직은 무어라도 쓸 수 있는 자유가 있다면.


주위 말고, 내면에 더 집중하세요.

지인 말고, 타인에 더 집중하세요.


내면에 집중할 때, 저 멀리 나를 모르는 사람들도 어루만질 수 있는.

그러한 좋은 글이 탄생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나를 관통하는 글쓰기'라고 명명합니다.


우리 자신을 먼저 관통합시다.

끊임없이 브런치에 씁시다.


주위 사람들에게 내 글을 강요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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