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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07. 2024

아내의 잔소리는 진리다

<스테르담 중년과 에세이>

결혼한 지 벌써 17년이 흘렀다.

간혹, 플랫폼 서비스에서 지난날의 사진을 '추억'이라는 이름과 함께 사진을 휴대폰에 띄워주는데, 사진 안에는 결혼하기 전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는 아내의 모습이 있었다. 연도를 확인하고 나서야, 그게 17년 전이란 걸 알게 된 것이다.


세월은 참, 야속하게 빠르다.

아내와 나는 벌써 중년이 되어 있다. 마음은 아직 그때 그대로인 것 같은데, 내 키보다 훌쩍 커 버린 아이들을 보면 그 말을 계속 고집할 수가 없다. 바뀌지 않았다고 발버둥 쳐봐야 소용없고, 이미 변한 것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앞으로의 변화까지 야속하지만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중년이 되어 더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결혼 전엔 사랑의 속삭임이 나로부터 가득했지만.

돌아보면, 결혼 후엔 잔소리가 아내로부터 그득했다.


싫진 않았다.

외롭게 자라서였을까. 오히려 나는 그 잔소리가 더 좋았다. 어렸을 때, 공부 좀 하라는 어머니의 잔소리를 힘겨워하던 친구들의 탄식은 오히려 나에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로 인해, 늘 두 남매를 키우기 위해 밖에 계셨던 어머니. 잔소리를 하실 틈이 없었던 거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어머니 또한 얼마나 잔소리를 하고 싶었을까. 가족의 잔소리는 이처럼 당연한 듯, 당연하지 않고. 당연하지 않지만, 너무나 당연한 가족의 요소다.


그런 잔소리를 결혼하고 나서 들으니, 오히려 나는 그것에 안도감을 느낀다.

가족이 완성된 느낌이랄까. 오고 가는 잔소리가 나는 참 정겹다. 잔소리의 내용도 그렇다. 다 내게 도움 되는 일이다. 아내의 잔소리를 듣고 나서야, 나는 내 건강을 더 챙기게 되었고. 요즘 들어오는 건강 상의 이상신호는, 아내의 잔소리를 듣고 제대로 실천하지 않았다는 반성 포인트다.


고로, 나는 생각한다.

아내의 잔소리는 진리라는 것을.


진리는 진심을 머금고 있기 때문이다.

진심을 머금은 잔소리만이, 진리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나는 아내의 사랑을 느낀다.

가족의 사랑을 잔소리와 함께 하나 둘 쌓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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