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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르담 소설 속 문장들 #6

망각, 기억, 상처

by 스테르담
어떤 기억은 뇌의 일부를 도려내야 할 정도로, 잊기 힘들다.

<Unexpected angel, 스테르담>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

그래야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망각을 탓하지만, 모든 걸 기억하고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모르고 하는 투정일 뿐이다.


잊지 않고 산다면, 아마도 우리는 미쳐버릴 것이다.

미친 사람들 중 몇몇은, 잊고 싶은 걸 망각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트라우마는 '상처'를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되었다.

상처는 물리적인 것으로 언뜻 보이지만, 현대인들은 유독 마음이나 영혼에 '상처'란 말을 많이 쓴다. 그러니까, 상처는 물리적인 것 이상의 개념이라 볼 수 있다.


어떤 기억은 상처를 동반한다.

트라우마의 원인은 망각을 허하지 않는 것, 또는 잊었던 것을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그 어떠한 동인(動因)에 의함이다.


그래서일까.

때로 나는 그 어떤 기억을, 뇌의 일부를 도려 내어서라도 잊고 싶곤 한다.


그런데 말이지, 그렇게 했는데... 뇌의 일부를 도려 내었는데.

마음이 그걸 기억하면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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