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다. 내 바다야
♤ 고래도 춤추게 한 오징어
"콘서트 같이 빠져들던 너의 발라드가
이젠 몰래 시계를 보게 돼."
대놓고 하는 이별 통보보다
더 날카로운 한 마디.
모터보트처럼 내 마음을
쏜살같이 할퀴고 지나갔어.
내 바다를 반으로 가르겠다는 듯.
그 여파는, 뭉게구름 같은 물보라로 부서졌고
내 가슴은 오징어가 된 듯
갈기갈기 찢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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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행인 건,
아무리 거칠게 휘몰아친 물보라도
결국은 거품이 되어 사라지고
바다는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고요를 되찾는다는 거야.
그 고요가
계속되는 게 아니란 건 알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지난 감정의 배들이
바다를 출렁이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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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내 바다는,
조금은 상처 난 추억으로,
조금은 깊어진 시간으로,
서서히, 더 단단해져 가.
사랑이든, 이별이든,
그리움이든, 후회든..
그 모든 감정은 언젠가
마음의 수면 위를 스쳐가는
배 한 척일 뿐.
어떨 땐 빠르게,
어떨 땐 천천히,
하지만 반드시 지나가고
필연적으로 흔적을 남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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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알아.
피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걸.
내 마음의 바다는
수없이 휘몰아쳐도
결국 다시 반짝인다는 걸 아니까.
내 마음속엔
수많은 감정들이 반복적으로 지나다녀.
그게 그들의 길이니까.
그래, 너희들은
너희의 길을 가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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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결국,
성장하면서 평온을 되찾는
내 마음의 성장판과 회복력을 믿고
당당히 살아갈 거니까.
오늘도,
나의 바다에는
고래가 춤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