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없이 손이 이끄는 데로
나는 작업을 할 때 색을 고르고, 천을 고르고, 자르고 잇는 그 순간 즉흥적일 때가 많다.
정해둔 스케치도 없고, 계획된 디자인도 없다. 머릿속에 어렴풋 떠오르는 상상으로 바늘을 잡는 순간 펼쳐지는 우연의 흔적이 왜 그리 재미있고 예쁜지.
나도 모르게 한 땀 찍어놓은 길을 따라 바늘 춤추듯 자연스레 리듬을 딸 때,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게 랜덤이다.
그저 손이 닿는 소재, 눈에 먼저 들어온 색감, 그날의 빛과 기분. 모든 것이 우연처럼, 혹은 필연처럼, 랜덤으로 흘러간다.
바늘이 천을 뚫고 지나가듯, 나도 그렇게 즉흥적인 리듬을 따라 하루를 꿰매며 사는 건 어떨까?
가끔은 이게 맞나 싶은 마음이 스치지만, 돌아보면 언제나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이 남아 있어 만족할 때가 좋다. 어쩌면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우리가 아무리 계획을 세워도, 결국은 작은 우연들이 모여 자기만의 무늬를 완성해 가는 것.
작업대 위의 천 조각처럼, 인생의 순간순간도
잡히는 대로, 그저 마음이 닿는 대로 한 땀 한 땀 이어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과한 계획보다 완벽함보다 우연의 조각에 살짝 기대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