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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머리부터 박고 시작하자

나의 원점

by 구름파도

우선은 내 글을 읽어주신 고마운 분들, 나를 구독해주신 분들께 사과의 말씀부터 드리고 싶다.

정말로 죄송하다.

머리를 백 번을 바닥에다 박고 절해도 할말이 없다.

나는 벌써 두번의 브런치북을 쓰다가 그만뒀다.

'밑바닥을 보여줘도 괜찮아'와 '내가 사랑한 음악들'

브런치북 연재는 독자와의 약속이거늘,

그 약속을 두 번이나 어겼으니 그 죄는 벌해야 마땅하다.

변명을 조금 해보자면, 이유는 그랬다.

첫째, 내 글이 읽는 이를 흥미롭게 하는 재미가 없었으며

둘째, 글을 쓰는게 너무 힘이 들게될 정도로 버겁게 느껴졌고

셋째,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글을 쓰는게 좋았다.

나의 감정, 나의 치부, 내가 그동안 마음 속 깊숙히 쌓아왔던 모든 것들.

그것들을 토해낼 수 있는 장소가 생겼다는 것이 너무나도 기뻤다.

글이 나의 안식처이자 유일한 이해자로 자리잡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변했다.

브런치북을 실제 책으로 만들 수 있다는 기회가 찾아온 뒤부터였을까.

나는 그 기회에 마음을 빼았겼다.

책을 낸다는 것에 눈이 뒤집힌 뒤, 글은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이해자에서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 변해버렸다.

많은 사람을 울릴 수 있는 글을 쓰겠다는 목표에서 벗어난 단순히 예쁘기만 한 글을 쓰게된게 언제부터였더라.

어느 순간부터 글에서 '나'는 사라져있었다.

'내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네 목소리'도 듣지 못한 채로 눈과 귀를 막으며 텅빈 글을 쓰게된 것.

그건 내가 아니었다.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어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글을 쓰는게 즐겁지 않았고

틀에 나를 억지로 끼워넣으려 하다보니

모든게 의무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생각이 번쩍 떠올랐다.

'내가 왜 글을 쓰려고 했더라?'

가장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음을.

나는 처음 글을 썼을 때를 상기하기 위해

첫 글로 되돌아가 보았다.


내 닉네임. 구름파도.

구름은 하늘의

파도는 바다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매개체이다.

하늘바다를 파도치는 구름의 격정을 본 나는

받은 위로를 사람들에게 돌려주기로 마음먹었다.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나는 단순히 라이킷을 많이 받기 위해 글을 쓰는건가?

책을 내기 위해 글을 쓰는건가?

아니야. 행복하기 위해 글을 썼잖아.

나를 사랑하기 위해

세상에게 받은 사랑을 전파하기 위해 글을 쓴거잖아.


지금 글에는 내가 있는가?

아니다. 글 어디에도 진정한 나는 찾을 수 없다.

전부 거짓, 가식투성이의 나일 뿐.

구독자분들에게, 구름파도에게 보여줄 수 없는 부끄러운 글을 쓰고 있었다.


정말로 머리를 조아리고 사과드린다.

내 글을 보고 좋아해주시고 기대해주신 분들께

텅빈 글을 보여드리다니.

구독자분들이 내 글에 실망하시는게 당연하다.

영혼 없는 글은 누구의 마음도 살 수 없으니까.

그러니 약속한다.

앞으로는 나를 숨기지 않기를.

가식 없는 감정의 파도를 담은 글을 쓰기를.

지금까지의 마음가짐을 버리고 나의 원점. 구름파도로 되돌아가기를.

지금까지의 글은 매말라있었다.

그 매마른 글을 적실 수 있는 구름의 비로 거듭나기를.


다시 한번 사과의 말을 조심스럽게 올려본다.

이번 브런치북은 끝까지 쓸 것이다.

나와 당신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도록

이 비가 그치지 않기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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