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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치지 않기를 바랄뿐

보물

by 구름파도

나는 구름을 좋아한다.

언젠가 흰구름에게 위로를 받았기 때문에 구름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꺼낸적이 있는데,

사실 그 이전부터 나는 구름을 좋아했다.

너무나도 넓은 하늘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일까.

하늘에 떠있을지 모를 구름 하나가 내 마음을 간지럽게 만들었다.

뜬금없이 이 이야기를 왜 꺼내냐면 오늘의 주제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 브런치북의 제목이랑 비슷한 맥락으로 '내가 비가 그치지 않기를 바라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구름의 비가 그치지 않기를' 자체를 관통하는 만큼 꼭 해야할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어보고자 한다. 내가 비를 좋아하는 이유.


나는 하늘이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 바로 '구름'이라고 생각한다.

위를 올려다보면 눈앞에 드넓게 펼쳐져있는 하늘이 보인다.

우리에게 푸르게 반짝이는 모습만 보여주는 하늘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우리에게 보여주는 감정의 변화는 그저 해가 땅과 가까워질 때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힐 뿐이라는 것을.

구름은 혼자서 감정을 드러내는데 서투른 무뚝뚝한 하늘의 감정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증거이다.


해와 맞닿아 붉어진 얼굴을 태연하게 가리기도 하고

요동치는 감정의 폭풍으로 이 땅을 휩쓸기도 하고

기분좋게 산책하는 듯한 뭉게구름이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하늘은 기쁨, 절망, 분노, 수줍음 등 다양한 감정을 구름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그 감정의 파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기쁨의 구름이 내 마음을 기쁘게 해주기도 하였다.

나는 그래서 구름이 좋다.


내가 하늘이 구름을 통해 드러낸 감정 중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슬픔'과 '기쁨'이었다.

구름이 해를 가릴 만치 파도처럼 일렁이는 날.

하늘이 쌓아온 칙칙하고 어두운 감정들이 모이고 모여 끝내 터져나오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은 멀지 않은 시간에 우리에게 찾아오며 이 땅의 생명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 바로 비다.

슬픔이라는 감정이 흰구름을 먹구름으로 만들만큼 쌓이고 쌓여 결국 눈물로 터져버린다.

기쁨이라는 감정이 벅차오름을 견디기 어려워 소나기처럼 예고도 없이 터져버린다.

비는 이처럼 하늘의 슬픔과 기쁨이다.


무엇이 슬퍼서 그리 우는걸까.

무엇이 기뻐서 그리 우는걸까.

슬픔과 기쁨이라는 반대의 감정이

하나의 형태를 통해 전달되고 있다.

이 땅에 주는 그 감정들에 물들어버려서

나도 똑같은 기분이 되고는 한다.


그래서 내가 비가 그치지 않기를 바라는 이유는

비가 좋기 때문이다.

하늘이 비를 내릴 때면

미친 것 마냥 실컷 웃을 수 있어서

내 눈물을 감출 수 있어서

그 감정에 파도에 몸을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마음껏 울어본게 언제적인지 몰랐다.

그저 감정을 숨기고 꾹꾹 눌러서 감추는데만 급급하다보니

진짜 나를 모르게 되어버렸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내가, 진심을 말하는 건지조차 햇갈릴 지경이다.

그래서 비가 좋았다.

비록 그것이 누군가의 눈물이라는 것을 아무도 모르지만 그 감정을 내림으로써 맑은 하늘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하늘이 좋았다.


누군가는 말할 수 있다.

비는 재앙일 뿐이라고

기분나쁠 뿐이라고

하늘의 감정 따위 알아서 뭐하냐고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한다.

그 눈물은 생명을 뿌리내리게 하고

누군가의 눈물을 대신 흘려준다는 것을

비는 '나' 그 자체이다.

그래서 미워할 수 없다.


나는 비가 좋다.

그래서 하늘이 비를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

계속 슬프고 기쁘기만한 법은 없을지라도

감정을 드러내는 걸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야 내 눈물을 감출 수 있기 때문에.

오늘도 바란다.

구름의 비가 그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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