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리지 않는 문

담쟁이가 자라는 마음

by 이쥬니
열리지 않는 문, IZEE


우리 아파트 뒤편에는 열리지 않는 문이 하나 있다.

군데군데 벗겨진 페인트와 반대로

지문 하나 없이 반짝이는 손잡이,

한때는 소중한 것들로 가득했을지도 모를

오래된 창고의 문.


문 바로 옆은 놀이터다.

아이들은 그 앞을 수없이 지나치지만

한 번도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아마 그 문에 눈길을 준 건

나 하나뿐이었을 것이다.


사진 한 장을 찍고,

한참을 문 앞에 서 있던 나에게

경비 아저씨는 열어봐도 된다고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내 시선은 손잡이가 아닌

문틈을 가로질러 자라난

담쟁이 한 줄기게 머물러 있었다.


덩굴은 문을 막기 위해 자라난 걸까,

아니면 자라다 보니 그곳에 닿은 걸까.


나는 문을 열지 않는 쪽을 택했다.

아마 그 안에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몰라

두려운 마음이 컸으리라.


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담쟁이를 해치고 싶지 않다는 핑계를 댔다.


그리고 다시 문을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기꺼이 내 핑곗거리가 되어준

작고 예쁜 담쟁이를.

담쟁이가 꼭 내 마음 같았다.


닫힌 문 위로 조용히 자리를 차지한 시간들.

돌보지 않아도, 알아주지 않아도

그저 피어난 생명과 같은 순간들이 눈에 가득 찼다.


문은 앞으로 계속 닫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위로

담쟁이는 더 무성하게 자라나겠지.


그거면 충분하다.

이제, 문 안은 중요하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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