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 이후를 기대하며

요양보호사가 되기로 했다

by 감성마루

자녀들은 직장을 찾아 서울로 떠났다. 처음에는 홀가분했던 마음에 점차 공허함이 들어섰다. 사람들이 말하는 빈 둥지가 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전화로 안부를 나누는 횟수가 줄어갔지만, 카카오톡으로 일상을 공유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 나이 때 삶에 허덕였던 지난날의 나를 되돌아보니 그들의 무관심이 이해되었다.


작년에 조카의 결혼식장에서 80대인 남편의 사촌 누나를 만났다. 그녀는 뒤늦게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며 취득 과정에 대한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몸이 불편한 남편을 직접 돌보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함께 지낼 수 있고, 장기요양보험에서 매달 일정 금액의 간병비도 받으니, 경제력을 상실한 부부에게 많은 도움이 된단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우리 부부도 그 자격증을 따놓으라며 적극 권유하는 것이 아닌가.


노년에는 부부가 함께 건강하게 지내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한 사람이 아프게 되면서 돌봄의 기간을 갖게 되고, 이후에는 배우자를 떠난 보낸 채 홀로 살아가는 삶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우리 앞에 놓일 미래에 대한 진솔한 한마디였다. 다가오는 하루하루를 건강하게 즐기고 살면 되지 않겠느냐며 애써 외면하려 할수록 누나의 말이 더 자주 떠올랐다. 나이 들어가면서 마주할 삶을 어떻게 대비할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있을 것이다. 우리 부부는 서로를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로 했다.


나는 지난 연말 등록을 하고 강의를 듣는 중이다. 삼 십여 명의 수강생 대다수는 60대였고 남자도 몇 명 있었다. 나처럼 부부간의 돌봄을 대비해 온 이도 있고, 아픈 가족을 돌보려는 이도 있으며,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라는 이들도 있었다.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두 달 동안 320시간의 이론과 실습을 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어 강의 42시간에 실습 8시간을 이수하면 시험을 볼 자격이 주어진다.


오랜만에 낯선 이들과 함께 강의를 들었다. 하루 8시간인 초강도의 수업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처음이라며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들려왔지만 굴하지 않는 아줌마들의 친화력은 여기서도 빛났다. 처음 앉은 자리에 계속 앉아야 하는 불문율까지 만들어냈다. 덕분에 내게도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 옆자리 짝지와 앞자리에 앉은 두 사람과 단짝이 되었다. 두 사람은 언니였고 50대인 동생은 중국 연변 출신의 조선족이었다. 타국 생활을 하는 것만도 놀라운데 용기 내어 도전까지 참으로 대단하다. 자격증을 취득한 뒤 비자를 갱신하여 요양보호사로 일할 것이라는 그녀는 누구보다도 열심이었다. 치매에 걸린 아내와 그런 아내를 돌보는 남편의 영상을 보던 중 중국에 계신 부모님이 생각났다며 쉬이 울음을 멈추지 못할 정도로 오열한 적이 있었다. 우리 중에서 요양보호사로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마음의 소유자였다.


강의를 통해 노년에 대한 지식이 늘어났다. “쓴맛과 신맛만 남기고 단맛과 짠맛을 잃어버린다, 치매에 걸리지 않게 대화를 많이 해야 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근육이 퇴화하니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문제가 되는 치매 노인의 뒤처리는 방법을 잃어 그렇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알게 되었다. 반면 알면 알수록 노화에 대한 두려움도 함께 떠올랐다. 이럴 때면 긍정적인 본보기로 글쓰기를 하고, 창작을 하며 나이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떠올려 본다. 책에서 만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황혼 무렵이면 태양에 가려졌던 별들이 밤하늘을 수놓는다.’라는 한 문장을 되뇌곤 한다.


요즘 들어 아흔 살인 어머니가 자주 떠오른다. 미래에 마주할 우리 부부의 삶을 대비하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당장 어머니에게 실천할 수 있는 돌봄의 내용이 들어 있었던 탓이리라. 행복한 노년을 향한 도전 중 하나가 진행 중이다. 노인의 특성을 배우면서 노년이 된 우리의 모습을 그려보고, 요양보호사의 역할을 배우면서 우리와 어머니에게 필요한 돌봄에 대한 지식 창고를 채우고 있다.


이월 하순이면 실습도 하고 2026년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자격증 시험을 볼 것이다. 남편과 손을 잡은 채 구부정한 등을 나란히 하고 걷게 될 노년의 마중물 중 하나를 손에 쥘 것이다.

그날을 기다리며 나는 지금도 강의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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