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을 이어준 끈

집수리 사업 봉사

by 감성마루

열세 명, 최근 참여하게 된 도시재생지원센터 집수리 사업 봉사자들 숫자다. 말이 봉사지 대다수 집수리에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반백에 주름이 깊게 팬 여유 있는 신중년들이다. 과거의 삶은 각자 달라도 봉사라는 열정 하나로 인연을 맺게 된 우리다.


중년인 건축사 사무실 대표와 함께 일하는 기술자들이 우리들의 사부다. 전등, 전기 스위치, 수전, 도배 교체가 주된 봉사 대상이란다. 봉사라는 명목으로 체험할 집수리 사업 대상 지역은 부산에서 다닥다닥 이어진 빌라 속에 홀로 살아가는 노인들이 많은 대표적인 지역이다. 사전에 신청한 이들이 우리의 고객이다.


사무실에서 간단한 실기와 이론을 접한 뒤 바로 봉사 현장으로 향한다. 직접 보고 체험하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는 사부들의 누적된 경험이 만들어낸 진리다. 봉사를 하면서 작게는 내 집부터, 넓게는 이웃을 도와주며 더불어 살아가는 공간을 만드는 것, 그것이 이곳 봉사의 목적이란다.


첫 방문지. 겹겹이 지어진 빌라들로 인해 낮에도 한 줌의 해도 다녀가지 않는데 빛바랜 전등마저 꺼져있어 실내에는 어둠이 가득 내려앉는다. 제때 교체하려면 전등값보다 비싼 출장비가 한 달살이의 무게를 더하니 참고 살아갈 수밖에. 외롭고 쓸쓸한 노년의 일상은 맞닥뜨린 작은 불편 앞에서 마저 굴복하고 마는구나. 우리의 사부들, 위로 뻗은 양팔에 무거움이 내려앉을 때까지 사투를 벌이다, 날것의 냄새를 풍기는 전등만 남겨둔 채 사다리에서 내려선다. 스위치를 켜는 순간 사부는 노부부에게 요술램프 속 지니가 된다. 그들에게 선물한 빛은 마음의 어둠도 함께 걷어가는 듯하다.


다른 독거노인의 집. 똑 똑 똑똑 목욕탕과 주방 수도꼭지에서 끊임없이 방울방울 물이 떨어진다. 낡은 수전은 마치 늙고 병들고 쇠약해진 집주인의 모습을 닮은 듯하다. 사부는 또다시 지니로 변신한다. 적절한 조임 유지와 각을 만들어 부착한 수전은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하며 답답했을 노인의 마음까지 쓸어내린다.


또 다른 독거노인의 집. 이번엔 도배다. 곰팡이가 걸작인 명화를 그려내고, 곳곳에 누렇게 변색된 채 들떠 위태롭게 매달린 벽지가 우리를 맞이한다. 들던 벽지는 잘라내고 곰팡이가 핀 곳은 락스를 뿌려 균을 제거한 벽 위에 도배가 시작된다. 지니의 손끝에서 마른 솔이 춤을 춘다. 커터 칼의 칼춤으로 마무리된다. 공간이 달라지고, 노인의 낯빛도 달라진다.


우리는 현장에서 사부들에게 배운 가장 간단한 부분들을 경험할 기회를 갖는다. 전등에 전선을 연결해 보고, 수전 나사에 테프론도 감아보고, 도배지에 풀을 직접 바르고 벽에 부착하는 체험을 한다. 봉사자 중 인테리어업에 종사했던 이도 둘이나 있다. 직접 예산을 받아 우리끼리 지속해 보자는 당찬 꿈들을 쏟아낸다. 선이 선을 낳는다는 말이 떠오른다. 이웃이 조금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재능을 기부한다는 것보다 완벽한 그림은 없지 않을까. 두 달간으로 예정된 봉사활동도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인연들은 멀리 있지 않다. 집 밖을 나서 둘러보면 주변에 널려있다. 배우면서 나누는 것만큼 흐뭇한 일이 있을까. 소중한 경험을 체험 중이다. 지금 함께인 이들과 나란히 동네를 누빌 일인이 되고 싶다. 주고받은 나눔에 발걸음이 머문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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