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 대한 시선
초록이음, 최근에 만들어진 모임의 명칭이다. 복지관을 중심으로 우리 동네 환경에 관심을 두자는 소박한 마음들이 모여 이루어진 단체다. 작은 실천이 큰 변화를 이룰 수는 없겠지만 나부터라는 마음을 담아 나도 이 모임의 일인이 되었다. 더욱 나은 환경을 위해 생활 속에서 어떤 실천을 하고 있는지 서로 토론하고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할 예정으로, 소통과 실천을 통한 배움의 장인 곳이다.
지난주 첫 모임 때 나뭇잎 모양의 포스트잇에 각자 실천 계획을 적었다. 밋밋한 나무에 장바구니를 사용하겠다는 다짐과, 비닐 사용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매달자, 열매가 맺힌 듯 풍성해졌다. 나는 매일 커피를 구매할 때 일회용 컵이 아닌 텀블러만을 사용하자는 생각으로 일회용품 사용부터 줄이겠다고 썼다. 우선 실천하기에 가장 적합한 목표라는 얕은 생각이 만들어낸 문장인지도 모르겠다.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면 분리수거장까지 들고 가야 할 쓰레기의 부피는 줄어들지 않을까. 누가 지켜보는 것도 아니고 정답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지만 자신과의 약속이니 지킬 수밖에.
그럭저럭 잘 실천한 한 주였다. 이번 주는 황사와 미세먼지에 관한 토론이 있었다. '황사'는 중국의 사막이나 황토 지대에 있는 가는 모래가 강한 바람으로 인하여 날아올랐다가 점차 내려오는 것이지만 '미세먼지'는 아주 작은 크기의 모든 오염 물질로 자동차, 선박, 건설기계 등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물질이 다량 포함된 것이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미세먼지가 인체의 곳곳에서 머물며 배출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를 지키려고 미세먼지와 허우적거리며 결투 중일 장기들이 떠올랐다. 마스크 사용과 실내 공기 환기 외 별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니 안타깝다.
환경에 대한 짧은 강의가 끝난 뒤면 여러 종류의 천연 제품을 만드는 활동을 한다. 이번 주는 발포 세라믹으로 실내 공기 정화 식물인 다육식물 화분을 만들기로 했다. 발포 세라믹은 무기물 기반 소재로 인체와 환경에 무해한 안전한 소재로 회색 가루에 까만 알갱이가 곳곳에 섞여 있었다. 알갱이가 물과 만나면 보글보글 기포가 생기면서 빨리 굳는 속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은 혼합 볼에 발포 세라믹을 개량하여 넣고 그 무게의 30%인 물을 넣은 다음 아래까지 잘 섞이도록 저어주었다. 5분가량 지난 뒤 장식품을 꽂거나 화분을 놓을 공간을 만들면 되었다.
발포 세라믹이 굳어질 때를 기다리며 덤으로 '파이프라인'이라는 보드게임을 했다. 카드 한 장을 펼쳐두고 각자의 보드 판 위에 카드 그림과 같은 위치에 같은 색상의 칩을 올려둔 뒤, 일자와 십자와 니은 자 모양의 파이프로 같은 색깔의 칩을 먼저 연결하는 사람이 그 카드를 갖는다. 카드가 많이 쌓이면 승자가 되는 것이다. 보드게임 자격증을 가진 강사가 매번 소개해 준 새로운 게임은 모임의 재미를 더해주었다. 새로운 장난감을 선물 받은 아이로 변한 우리들은 승부의 욕심은 뒷전이고, 경기 규칙에 대한 이해조차 어려워 버벅거리기 일쑤였다. 뒤늦게 깨닫는 규칙에 토해낸 웃음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게임에 열중하다 보니 어느새 발포 세라믹이 굳어 있었다. 각자의 취향대로 만들어진 화분은 주인의 성품을 담아낸 듯 단순한, 때로는 화려한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반들반들한 옆면을 마른 헝겊으로 닦아내면 화산석 같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변한다는 비밀도 알아냈다. 직접 만든 화분 위에 살포시 올라앉은 이온난사는 마치 자기 자리를 되찾은 듯 당당함을 뿜어냈다. 행여 부서질까 손바닥 위에 소중히 올려 집으로 향했다. 길 위 호기심 어린 시선들을 받으며 집으로 귀환한 화분이 거실 한 모퉁이를 채웠다. 우리 동네 에코 리더가 되는 소박한 꿈을 이온난사에 실었다. 미세먼지를 먹고 자라 꽃이 필 때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