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헌 집 줄게, 새 집다오!

재개발, 재건축! 한국인의 독특한 집 개조 프로젝트

by 공간 탐구자


어린 시절 놀이를 하면서 불렀던 노래 중에, 이해가 잘 안 되던 노래가 있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응(???) 왜 두꺼비한테 헌 집을 주는데, 두꺼비는 손해를 보면서 새 집을 주지? 뭐지? 두꺼비를 상대로 사기치는 건가? 그런데 실제 현실에서 '헌 집'을 '새 집'으로 바꿔주는 제도가 있다.

5억 원짜리 헌 집을 15억 원짜리 새집으로 바꾸는 마법, 재개발ㆍ재건축을 들어보셨는지? 신문기사와 방송에서 자주 언급되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 단어의 뉘앙스가 이처럼 완벽하게 달라지는 단어도 드물 것이다. 내가 소설을 통해 처음 접했던 재개발은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서 '가난한 이들의 삶을 밀어내는 폭력'이었고, 2009년 용산 재개발에서의 화재 사건은 '비인간적인 참사' 자체였다. 반면 부동산 시장이 활황인 요즘은 뉴스에서 재개발ㆍ재건축을 통해 순식간에 몇십 억 원대의 부자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고, 쪼개기 지분으로 참여했다가 손해 본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누군가에게는 삶의 붕괴였고, 누군가에게는 인생 역전의 기회였던 이 제도는 '선과 악', '공익과 사익', '발전과 상실'이 뒤엉킨 복합적인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한국 부동산의 키워드가 된 재개발ㆍ재건축의 의미, 장단점, 미래 등에 대한 고민을 나누어 본다.




1. 재개발ㆍ재건축은 무엇인가?


재개발ㆍ재건축은 법적으로 '정비사업'이라고 불린다. 정비사업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에 따라 노후·불량한 주거지를 정비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도시 기능을 회복하는 사업으로서, 재개발ㆍ재건축과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구성된다. 이 중 재개발은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을 대상으로 도로, 공원 같은 기반시설과 주택을 함께 새로 만드는 사업이고, 재건축은 이미 기반시설은 갖추어져 있으나 건물 자체가 노후된 공동주택을 허물고 다시 짓는 사업이다. 이번 글에서 다루지 않는 주거환경개선사업은 지자체나 LH 등 공공이 중심이 되어 극히 열악한 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쉽게 풀어서 설명하면, 일반적으로는 재개발은 단독주택이나 빌라 단지를 대상으로 아파트를 지으면서 도로공원 등을 만드는 ‘동네 전체를 고치는 일’이고, 재건축은 기존 아파트 단지를 더 높여서 ‘새 아파트를 짓는 일’이다.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복잡하고 어렵다. 그린벨트를 풀어서 대규모 도시를 만드는 프로젝트(수도권 신도시 개발 등), 바다를 메워 도시를 만드는 프로젝트(새만금 개발 등) 등 개발사업은 모두가 어려운 작업이지만, 땅 주인이 상대적으로 적은 위의 프로젝트들과 달리 정비사업은 사업추진을 위해 동의를 받아야 하는 땅 주인이 적게는 수 백 명에서 많게는 수 만 명에 이른다. 그래서 원하는 시간에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고, 조합장 등 집행부의 교체소송, 건설사와의 분쟁, 행정청과의 협상, 아이들의 전학, 비상대책위원회의 발족, 상가 소유주와의 분쟁 등 지극히 어려운 과정을 거쳐 추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도 재개발·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련시 비좁구 불편동의 40년 된 "동네"아파트 단지를 생각해 보자. 동네아파트 주민인 A씨는 20년 전 3억 원을 주고 지금 아파트에 입주했다. 세련시에는 좋은 일자리가 많아서 많은 사람들이 이사 오고 싶어 하기에, 아파트 가격도 오르면서 동네 아파트의 시세는 어느덧 15억 원이 되었다. 지역에서는 아파트를 지은 지 40년이 되다 보니, 아파트 재건축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A씨도 찬성해야 할까?

A씨가 사업에 찬성하면, 분담금 3억 원을 내야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3억 원이라는 돈은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재건축에 찬성만 하면 은행에서 시공사의 신용을 담보로 돈을 빌려 준다고 한다. A씨가 이 사업에 찬성하는 경우, 세금을 제외하고 단순하게 계산하면 시장가격(15억 원)-구입가격(3억원)-분담금(3억원) = 9억 원 정도의 이익이 남기 때문에 A씨는 이 사업에 찬성할 유인이 높다. 한편, 멀리서 비좁구의 회사에 다니느라 매일 2시간을 출퇴근에 사용하는 B씨는 회사 근처인 비좁구의 새 아파트에 입주하고 싶어 한다. 비좁구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곳이기 때문에, B씨가 청약에 당첨되기만 한다면, 시장가격인 15억 원 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10억 원에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옆 아파트에 사는 동네 주민 C씨 입장에서 재건축하는 동안 공사 먼지가 날리기는 하겠지만, 재건축을 통해서 혼잡하던 도로도 늘어나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원도 지어주고, 40년이 되어서 시설이 낡은 초등학교도 리모델링이 된다고 하니 찬성이다. 정리하면,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 새로운 주택에 입주하고자 하는 대기 수요, 도로학교공원 등 도시 기능에 필요한 인프라 개선 등의 다양한 이유로 인해 재개발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2. 외국 사례와 비교


한국의 재개발·재건축은 외국의 도시 정비 방식과 비교하면 독특한 제도이다. 미국의 정비사업은 주거지 철거보다는 철도차량 부지(Hudson Yard, New York City), 고속도로(Big Dig, Boston), 군사시설 등처럼 기능을 상실했거나 저이용 상태인 대규모 비주거 부지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도시 내의 노후된 주택들은 리모델링의 형태를 통해 부분적으로 정비한다.

많은 유럽 국가들에서는 ‘철거 후 신축’이 아니라 ‘보존과 재사용(adaptive reuse)’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 런던의 독랜드(Docklands) 개발이나 스웨덴 말뫼(Malmo)의 항만 재생은 기존 건물을 최대한 활용하며 기능을 바꾸는 도시재생형 사업이었다. 런던(London)의 킹스크로스(King’s Cross) 재생, 파리(Paris)의 일드프랑스(IDF) 재개발 등도 활용이 낮아진 철도 부지, 군사시설 등 공공 소유의 유휴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일본의 마치즈쿠리(まちづくり) 역시 특정 구역을 통째로 밀어버리기보다는, 소규모 필지 단위의 개선을 장기간에 걸쳐 축적하는 방식이다. 도쿄의 롯폰기 힐스나 도라노몬 힐스 같은 대규모 개발도 있었지만, 이 역시 기존 시가지를 전면 철거했다기보다는 토지구획정리, 재개발 조합, 민관 협력 방식을 결합한 결과물이다.


반면 한국은 "빨리빨리!!" 동네 전체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고층 아파트를 전면적으로 건설하는 방식을 택해 왔다. 미국, 영국, 독일의 주택이 70~100년 이상 사용되고, 일본도 건축물 존속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20~30년만 지나도 재개발·재건축 논의가 시작되고 심지어 속도를 늦추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재건축진단'이라는 독특한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다음 주에 상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처럼 한국의 ‘올 스톱 후 올 뉴(All Stop & All New)’ 방식의 대규모 정비는 세계적으로 드문 선택이다.



3. 한국에서 재개발ㆍ재건축이 활성화된 이유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만 재개발과 재건축이 이렇게 활성화되었을까? 근본적으로 주택 철거 후 새로 집을 짓는 것이 집주인에게 돈이 되기 때문이다. 소유주 입장에서 비교적 적은 비용을 내고, 때로는 오히려 돈을 받으면서, 도심의 위치 좋은 곳에서 ‘헌 집을 주고 새집을 받는’ 거래가 가능하다. KB부동산 입문노트, 한국경제신문(`26.1.25) 등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강남 등에서 재건축을 성공하기만 하면 적은 비용으로 높은 가격의 새 아파트를 얻을 수 있다. 모 조합장은 용적률이 150% 이하인 곳에서는 분담금을 내지 않고 오히려 돈을 받으면서 하는 재건축이 가능하다고 한다. 좀더 일반적인 사례는 철거, 건축에 따른 비용 충당을 위해 분담금을 내는 것인데, 이 경우에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로 인해 주민들이 정비사업 추진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 새로 주택을 지으면, 청약 가점·특별 공급 등을 바탕으로 한 입주자 공개모집(「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주택을 공급하도록 한 제도 때문이다. 비현실적인 가정을 해보자면, 30세대 이상 주택을 짓는 경우 원칙적으로는 입주자 모집공고를 통해 청약을 신청한 일반 세대에게 주택을 공급해야 하므로(주택법 제54조), 소유주가 자기 집을 허물고 같은 자리에 아파트를 지어도 새로운 주택에 입주할 수 없다. 하지만 도정법 상 정비사업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주택공급에 예외(제3조제2항7호)를 두고 있기 때문에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짓는 아파트에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통해 조합원들이 결정한 방식(주로, 접근성과 조망이 좋은 곳에 조합원들의 주택을 배치한다)으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소유한 주택을 철거하여 기껏 새집을 지어놓고서 다른 사람에게 주고 싶지 않다면,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의 예외를 적용받는 도정법 등의 법률에 따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셋째, 주택철거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소수의 반대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사업 추진 방식이다. 원칙적으로는 소유,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철거하고 새 집을 짓는 것은 주거권 ·재산권에 막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소유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고령 세대가 이사 및 재입주 과정을 싫어하든, 자녀가 기존 학교에서 전학 가기를 싫어하든, 세대만의 사정으로 빌라 혹은 아파트에 사는 모두가 정비사업에 동의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도정법은 재개발은 75%, 재건축은 70% 이상의 동의가 있다면, 소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강행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넷째, 주택시장 안정, 주거환경 및 도시기능 개선이라는 공익적 측면에 따라 정부가 정비사업을 지원해 왔다. 인구의 수도권에 집중에 따라 서울에 집을 사려는 사람은 증가해 왔고, 결과적으로 서울 집값은 계속 치솟아 왔다. 이미 집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서울에서 더 많은 주택을 지어, 새 집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집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기존 주택을 허물고 더 높이 짓는 재개발·재건축이 (현재까지 존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다. 또한, 정비사업은 기존 도시에는 부족한 도로·공원·학교 같은 기반시설을 효율 좋은 '새로운' 기반시설로 '더 많이' 만들어서 도시 전체의 주거환경을 개선시켜 준다. 국토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지자체의 '도시 마스터플랜' 발표 등에 항상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속도를 높이는 방안이 포함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개인과 공공 모두에게 재개발·재건축은 환영받아 왔다. 주민 입장에서는 비교적 적은 비용, 때로는 오히려 돈을 받으면서헌 집을 주고 새집을 받는’ 거래가 가능하고, 낡은 주거환경은 공원과 주차장을 갖춘 쾌적한 아파트 단지로 바뀐다. 공공의 입장에서도 기반시설이 확충되고, 더 많은 인구를 수용할 수 있게 되며, 인구 증가에 따른 세수 확대를 통해 더 좋은 공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4. 재개발·재건축의 그늘과 양면성


재개발·재건축은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강력하고 장점이 강한 제도인 동시에 짙은 그림자도 가지고 있다. 재개발과 재건축의 가장 큰 그늘은 사회적 약자의 반강제적 이주로 나타난다. 세입자와 가난한 소유자에게 정비사업은 주거환경 개선이 아니라 삶의 기반을 잃는 사건이다. 분담금을 감당할 수 없는 소유자는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지역에서 밀려나고, 세입자는 재개발에서 주거이전비가 주어지는 것 외(재건축에는 없다)에는 보상을 받거나 개발이익을 공유받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해야 한다.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속 인물들이 그랬고, 용산 참사에서도 그러했다. 해외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문제로 지적되지만, 우리나라는 '전례 없는 신속한' 전면 철거와 효율적 사업 추진으로, 사회적 약자들이 목소리도 못내 보고 순식간에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

둘째, 굳이 철거하지 않아도 되는 건축물을 철거하고 다시 짓는데 따른 환경적 비용도 크다. 구조적으로 충분히 사용 가능한 콘크리트 건물을 철거하면서 발생하는 막대한 건설 폐기물과 탄소 배출은 도시가 치러야 할 숨은 비용이다. 유럽의 도시들이 건물 외관을 유지한 채 내부를 개조하는 이유는 경제성 이외에도 환경적 지속가능성도 포함되어 있다. 반면 한국은 '실수요자에게 집을 공급'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너무도 중요하게 여겨지기에 철거와 건축으로 발생하는 환경오염, 주변 생태계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감수하고 적극적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 때문에 재건축진단이라는, 노후를 증명해야만 철거할 수 있는 독특한 제도가 등장했지만, 이는 문제를 예방하기보다는 속도를 조절하는 장치에 가깝다.

셋째, 주택시장 측면에서도 재개발·재건축은 주택 공급은 늘리지만 시장 가격을 상승시키는 양면성을 지닌다. 새로운 아파트는 주변 시세를 끌어올리고, 이는 다시 재건축 기대를 자극해 투기적 수요를 낳는다. 언론이 지적하듯, 특정 단지의 재건축 추진 소식만으로도 인근 전세와 매매 가격이 요동친다. 서민을 위한 주택 공급이라는 명분과 달리, 단기적으로는 시장 불안을 증폭시켜서 서민들이 살 수 없는 주택가격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재개발·재건축은 지역 공동체의 파괴를 가져올 수 있다. 철거를 통한 획일적인 고층 아파트 단지 조성은 기존의 주택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웃사회, 상권, 도시 미관을 모두 해체한다. 친구는 다른 곳으로 이사 가고, 상권은 프랜차이즈 업체 중심으로 재편되며, 주택가의 풍경들은 아파트의 스카이라인으로 대체된다. 도시의 문화적 경쟁력이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상호 작용과 이러한 작용의 시간적 중첩에 따라 나타나는 점을 생각하면, 재개발·재건축은 문화로부터 비롯되는 도시의 소프트 파워를 약화시킬 우려도 있다.




이와 같은 재개발·재건축의 그늘과 양면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도시기능과 주거환경의 개선, 새로운 주택공급 등의 긍정적 효과가 입증된 재개발과 재건축의 장점과 효과를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다. 지금까지의 정비사업이 도시를 빠르게 성장시키는 불도저였다면, 앞으로의 재개발·재건축은 도시의 아픈 곳을 돌보는 의사가 되어야 한다. 한 번에 밀어버리는 방식이 아니라, 남길 것은 남기고 고칠 것은 고치며, 사람의 시간을 따라가는 정비가 필요하다. 현재의 생활방식을 고수하고 싶다는 무조건적인 반대를 무조건 존중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현재의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사태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도시는 한 세대의 소유물이 아니라, 여러 세대가 겹쳐 사는 시간의 집합체다. 재개발과 재건축이 누군가에게는 사다리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절벽이 되는 도시가 아니라, 모두가 조금씩이라도 위로 올라설 수 있는 계단이 되기를 바란다. 헌 집을 주고 새 집을 받는 기쁨이, 누군가의 삶을 밀어내는 슬픔 위에 서 있지 않도록, 성장의 기억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다음 세대를 위한 공간을 남기는 정비사업, 그것이 앞으로 우리 사회가 만들어가야 할 재개발·재건축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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