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한국인의 집
1. 한국인의 아파트 사랑

3P(Place, Profit, Parking)를 갖춘 가성비 만점 주택

by 공간 탐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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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좋아하는 집은? 뭐니 뭐니 해도 아파트이다. 앞마당이 있는 단독주택과 비교했을 때, 좁은 개인 공간, 층간 소음으로 인한 고통, 좁고 어두운 주차공간, 반려동물을 키우기 어려운 구조, 이웃과의 가까운 물리적 거리로 인한 사생활 침해 우려 등 여러 불편함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이 아파트를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그 추세는 지속될 수 있을까?


(이 글은 공간탐구자의 브런치에 있는 '한국인의 아파트 사랑'을 일부 편집하여 작성하였습니다.)



1. 한국인만 좋아하는 아파트?


한국인에게는 공기와 같이 당연하지만, 아파트에 대한 선호는 해외에서는 독특한 현상이다. 시골에서 도시로 갈수록 주택의 높이가 높아지고 공간이 좁아지는 공간의 압축적 특성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동일하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개인이 많은 공간을 소유할 수 있는 단독주택을 선호한다. 예를 들면, 미국인들은 넓은 마당과 개인공간이 있는 단독주택 형태(single family home)를 선호한다. 미국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종상향*을 하려고 하면 더 넓은 생활공간을 유지하고 싶은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여 지역에 더 많은 주택을 짓지 못하는 현상이 흔하게 발생하는 반면, 한국인(더 정확하게는 서울의 아파트 거주자들)들은 종상향을 통해 건축물 높이 제한과 용적률 등을 완화하여 재건축 등을 통해 재산 가치를 높이고자 한다. 영국이나 네덜란드 등의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단독주택을 선호하나, 공간의 효율성을 위해 두 개의 집이 붙어있는 형태(semi-detached house)가 많이 존재한다. 호주의 경우에는 단독주택에 대한 선호현상으로 인해서 넓은 땅에 인구도 3천만 명이 안 되는 나라가 대한민국만큼 심각한 주택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인들도 건물의 재료나 창문의 형태는 미국과 다를지언정, 일반적으로 목조로 된 단독주택을 선호한다. 그렇다면, 한국인들만 아파트를 좋아하는 특별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것일까?


* 법률 용어는 아니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상 용도지역을 건축물의 용적률, 높이 등을 상향시킬 수 있는 종류로 변경하는 것을 의미한다.(예: 제2종 일반주거지역→ 제3종 일반주거지역)



2. 한국인이 아파트를 좋아하기까지


한국인들이 처음부터 높은 밀도의 주택을 선호했던 것은 아니다. 조선 시대에는 신분사회여서 계급에 따라 집의 크기가 정해졌다(한국민족문화 대백과 사전). 노비나 가난한 서민들은 남의 집의 한 채(조그만 한 건물), 또는 한 간(방 한 칸)에 세 들어서 생활했고, 농사를 짓던 서민들은 가족만이 별도로 생활하는 초가집에서 살았다. 양반들은 기와집에서 살았으며, 신분이 높고 부자일수록 사랑채, 안채, 행랑채 등 여러 채로 이루어진 더 큰 기와집에서 살았다. 세종 시대에는 대군(大君)은 60칸, 서민은 10칸까지 계급이 높아야만 넓은 집을 가질 수 있는 '가사규제'가 있었으나, 갑오경장 이후 신분제 폐지에 따라 가사규제도 폐지되고, 부자가 되면 자연스럽게 집을 넓히게 되었다. 다시 말해, '계급'이든 '부'이든 할 수만 있다면 우리 선조들도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것을 선호했다. 그러면 한국인들은 언제부터 아파트에 살기 시작한 것일까?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 서울의 인구가 200만 명(1959), 300만 명(1963),4백만 명(1968), 5백만 명(1970), 6백만 명(1972)을 돌파하는 등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지방에서 일자리와 교육을 위해 상경한 사람들은 좁더라도 직장이나 학교 근처에 안정적인 주거를 마련하기 원했고, 정부 입장에서는 좁은 공간에 많은 주거를 집약적이고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아파트가 최적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마침 이러한 도시의 폭발적 인구 증가를 먼저 경험했던 미국ㆍ영국 등에서 19세기 중반부터 철근 및 콘크리트 구조물이 본격 도입되고, 엘리베이터가 상용화되는 등 혁신적 기술이 나타나면서 높은 건물의 건축이 가능해졌고, 빽빽하게 저층주택이 도시를 채웠던 도시를 이러한 고층 건물로 대체하고자 했던 '르 코르뷔지에의 빛나는 도시' 등의 새로운 도시계획ㆍ건축 이론들이 20세기 초반부터 대중에게 널리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주거난 해결을 위해 이러한 기술ㆍ이론 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아파트를 적극적으로 건설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지만,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1932년에 일제에 의해 세워진 5층짜리 충정아파트가 첫 번째 아파트로 유력해 보인다. 충정아파트는 2026년 현재까지 존재하고 있는데, 현재는 1층은 상가이고 위층에 주택가가 있는 주상복합의 형태로 남아있다. 우리가 현대에 생각하는 일반적인 아파트 형태로 만들어진 최초의 아파트는 1959년 건립된 종암아파트이다. 이후 60년대에 도시화로 인한 서울의 급격한 인구 증가를 수용하기 위해 시민아파트가 대단위로 건설되었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은 방은 좁고, 집에 가려면 계단을 올라가야 하고, 연탄보일러 가스 중독의 위험이 있고, 익숙한 재래식이 아닌 낯설기만 한 수세식 양변기를 사용해야 하며, 장독대를 놓을 공간이 없던, 성냥갑처럼 생긴 아파트를 선호하지 않았다. 지금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으나, 아파트는 '측간'은 주거공간에서 최대한 멀리 두고 싶어 하고, 주식인 김치의 신선한 맛을 유지하는 것이 식생활의 핵심이었던 당시의 한국인들의 선호와는 맞지 않는 공간이었다. 심지어, 1970년, 마포구에 지어진 와우시민아파트가 지은 지 6개월도 되지 않은 시점에 붕괴하여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아파트는 불편하고 위험한 곳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었다.


서울의 주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대단위 아파트 공급하고 시민들이 아파트를 선호하도록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 절실했다. 서울도시계획이야기(손정목 저)에 따르면, 정부와 서울시는 주택공사를 통해 아파트에 대한 특단의 조치로 '시범아파트'를 건립한다. 당시로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중앙공급식 냉난방, 고속엘리베이터, 어린이 놀이터, 유치원, 초등학교 등을 모두 갖춘 최신식 공간을 건설하였다. 2026년을 살아가는 우리로 생각하면, 아파트 단지 내에 초고속 엘리베이터, 영어유치원, 시스템 에어컨, 최고급 헬스장, 수영장 등이 갖추어진 곳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곳에 살다 보니, 주거 생활도 편리하고, (70년대 중반부터 설치된) 지하철역과도 가깝고, (80년대 이후 개별 가정에게도 보편화된) 자가용의 주차도 편리하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었다. 정부의 정책 의지, 편리한 생활, 서울로 몰려드는 많은 수요로 인해서 1970년에서 1980년 사이 어느 순간부터 아파트는 "분양 완판"을 자랑하게 되었다.



3. 한국인은 아파트를 왜 사랑할까?


하지만, 서울 주거문제 해결만을 위해서 아파트가 활성화되었다고 하기에는 수도권을 비롯하여 부산ㆍ대구ㆍ대전 등 광역시는 물론, 세종군산진주 등 중소 도시 등 대부분의 주거지에서 아파트는 절대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특히 중소도시의 경우에는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단독주택을 구해서 출퇴근할 수 있는 여건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도심 근처의 아파트를 선호한다. 그 이유는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인의 독특한 가치관과 연계되어 있다.


첫째, 교육에 대한 높은 열망으로, "학군지"에 살고 싶어 한다. "맹모삼천지교"의 가치관에 감화된 한국인들은 우리 아이들이 좋은 학교에 배치받을 수 있고 좋은 학원들에 쉽게 갈 수 있는 지역, 예를 들면 서울의 대치동 같은 곳에 살고 싶은 열망이 강하다. 대치동의 땅은 한정되어 있고 그곳에 가려는 사람들이 넘쳐난다면 가장 손쉬운 해결방법은 역시, "아파트, 아파트"이다. 거기에 이곳의 아이들이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고 좋은 직업을 갖게 되면서, 그 지역과 학교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학연과 지연의 연결고리들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커다란 자산을 만들어주고, 누군가는 "스카이 캐슬"에서처럼 그 자산을 계급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그 상류계급에 들어가기 위해, 혹은 조금이라도 나은 상류 계급에 들어가기 위해 교외의 단독주택보다는 강남의 아파트를 들어가고 싶어 한다.


둘째, "빨리빨리" 효율성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한국인의 행동을 가장 뒷받침한다.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가치관이 형성된 한국인들은 경치 좋은 곳에서 차 한잔 할 수 있는 여유보다는 일분일초가 급한 월요일 아침에 직장, 학교, 어린이집으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 곳에 사는 것을 중시한다. 마당 있는 집에서 살지만, 월요일 아침 6시부터 출근해야 하는 교외 지역보다 주위에는 아파트 숲밖에 없을지언정 월요일 아침 8시 반에 출근해도 지각하지 않는 교통이 좋은 지역을 선호하는 것이다. 주요 직장들이 모여있는 도심 주변의 땅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하고, 직장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지하철이 건설되면서 '역세권'에 아파트 단지가 순차적으로 건설된다. 기존 도심 내 시가지가 지하철과 아파트로 빡빡하게 채워지면, 도시 외곽에 새로운 신도시를 건설하고 그곳으로 지하철을 연결되면서 아파트 거주민은 계속 늘어나게 된다.


셋째, 투자자산으로서의 아파트의 가치는 수익률이 높으면서 안정적이다. 이투데이 분석(KB부동산 자료, `25.7)에 따르면, 서울 전체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3억 8174만 원, 연립주택은 3억 5107만 원으로, 아파트가 연립주택보다 약 4배 비싸다. 한국 자산가들이 주식 대신 아파트를 사는 이유는 '고수익 저위험 상품'이기 때문이다. 1986~2024년의 아파트와 주식의 수익률과 위험도를 분석한 한국경제 칼럼(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25.8)에 따르면, 1986년 주식과 서울 아파트에 각각 1억 원을 넣었다면 2024년 16억 원과 27억으로 아파트가 압도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인다. 한편, 같은 기간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이 연간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5번뿐이지만, 주식 가격은 13번의 마이너스를 기록하여 아파트가 압도적으로 낮은 위험도를 보인다. 아울러, 아파트는 주거를 위한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주택 담보대출을 통한 자금 융통 및 레베리지(leverage) 투자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도 수익성이 보장되는 상품으로 자리 잡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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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생활 편의성'이라고 포괄적으로 말할 수 있는 주택관리의 효율성, 주차 편리성, 아이 보육 편의성, 안전성 측면에서도 아파트는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한다. 경비원 등 관리 시스템, 전기시설 관리, 헬스장 독서실 등 공동 복리시설, 집 바로 옆의 쓰레기 처리시설 등은 예전에는 귀족들만 누릴 수 있었고, 지금은 여러 세대가 공동으로 사용하기에 아파트에 사는 서민들이 가질 수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이다. 서울에서 빌라촌에서 살면서 밤늦게 주차를 위해 뺑뺑이를 돌아봤던 사람들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차를 가지고 귀가할 수 있는 아파트의 소중함을 체감한다. 먼 길을 걸어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고 다니던 부모에겐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의 접근성이 소중하다. 또한, 곳곳의 CCTV와 창밖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주변의 이웃들, 경비 아저씨 등으로로 인해 아이들과 노약자들이 밤에도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안전성도 엄청난 장점이다.


이외에도 환경적 측면에서 아파트는 엄청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주거지 개발을 위한 면적이 줄어들어 녹지 등 생태환경을 보전할 수 있고, 줄어든 주거지 면적에 도로공원ㆍ녹지 등의 인프라를 충분히 설치할 수 있으며, 교통수요의 집적을 통해 대중교통을 통한 생활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한국인이 이러한 거시적인 이유로 아파트를 사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앞서 살펴봤듯이, 아파트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주거형태가 된 지는 채 100년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인구가 줄어들어 서울의 주택 수요가 줄어들고, 재택근무가 보편화되고, 자율주행 차량과 대중교통의 발달로 출퇴근의 스트레스도 줄어든다면, 아파트가 50년 뒤에도 가장 인기 있는 주거형태로 남아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인구의 집적에 따른 '규모의 경제'에서 파생되는 학군ㆍ교통ㆍ생활편의

등의 장점을 생각해 보면, 미래에도 아파트, 특히 서울 역세권의 아파트에 대한 선호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어찌 되었든, 2026년을 살고 있는 나는 여전히 직장학교와 가깝고, 편리하고, 집값 떨어질 걱정 없는 아파트가 좋다. 로제의 아파트를 다시 차용해 보면, "Don't you want 아파트 like I want 아파트, baby?"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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