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도ㅣ느림이 남긴 자리

by 온도계

시간과 공간의 역설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아니,

그 중심에 내가

들어갈 수 있다면


난 세상을 역행하며

살아갈까?


빠른 속도가

요구되는 시대에 걸맞게

스포츠카를 타고


산길을 오르내리는

무질서로 내달리진 않을까.


순리를 거스르는 건

연어 하나면 충분하다.


홍길동처럼

여기저기 번쩍이며

시간 위를

빨리 내달린다 한들


오늘을 잃음보다

소중한 게 무엇일까


사랑하는 이들을 만나

손이 가는 새우깡을 집어 들고

시답잖은 이야기하는 우리의 웃음은


스포츠카의 굉음보다

출퇴근길의 도로에 붐비는

자동차들의 경적 소리에

더 어울린다.


빠름에 역행이

미덕은 아니지만

느림의 미학은

나의 시간에 묻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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