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1도ㅣ초대ㅣ첫 걸음

by 온도계

어린 시절, 생활 계획표를 짤 때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 계획대로 되는 건

늘 ‘꿈나라‘였다.


잠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던 나는

종종 꿈나라를 상상하며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미소를 짓곤 했다.


‘피터팬’은 단골 이야기였다.

하늘을 날며

팅커벨과 이야기 나누는 장면은

여전히 사랑스럽다.


하늘을 나는 상상에 빠져

나의 온도를 피터팬의 심장에

잠시 맡겨본다.


그렇게 스르르 잠들던 밤

불현듯 잠에서 깼다.

나를 부르는 팅커벨인가 싶었지만

밤마다 찾아오는 불청객, 모기였다.


나의 꿈이 완전히 깨지기 전

이불을 뒤집어쓰며

속상한 마음을 감추고

재빨리 꿈속으로 들어갈 채비를 했다.


꿈과 희망으로 가득한 모험은

그렇게 매일 새로운 막을 열며

나를 초대했다.


아니, 내가 나를 초대했다.

그렇게 꿈을 꾸며 잠자는 게

하루 중 작은 행복이었다.


희망을 꿈꾸는 건

누군가 나를 초대하는 게 아니라

나의 화분에 ‘꿈‘이라는 씨앗을 심고

’희망‘의 물줄기를 계속 붓는 것 같다.


텅 빈 나의 화분은

꿈의 씨앗을 기다리고 있다.

잘 자랄지 몰라도

작은 물방울을 떨어뜨린다.


그렇게 다시

꿈나라를 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