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도ㅣ그림자ㅣ두 걸음

by 온도계

유난히 더워 숨이 턱턱 막혔던 그날,

태양을 맞서며 길을 걷다가

내 뒤의 짙은 그림자를 보고

잠시 숨 쉴 곳을 찾았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차례를 기다리며

메뉴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선택 앞에서 머뭇거리는 이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초조한 눈빛들은

무더위처럼 답답했다.


마음에 드는 메뉴를 정한 뒤

테이블로 가는 그 뒷모습은

이미 얼음물을 마신 듯했다.


시종일관 미소로 응대하던 알바생은

뒤로 돌아서자마자

웃음기가 사라진 얼굴로

음료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가면을 벗은 듯한 모습은

방금 전까지 더위에 지쳐있었던

나의 그림자를 떠올렸다.


믹서기를 누르는 버튼을 누르자

우유와 얼음 그리고 시럽이 갈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의 얼음은

안도의 환호였으나

그들의 얼음은

지침의 외침이었다.


잠깐의 ‘쉼’은

다시 내리쬐는 햇볕을 버티게 하는

양산 같았으나

그 아래의 ‘그림자‘도 같이 있었다.


세상은 이렇게

빛과 어둠으로

어우러지나 보다.


오늘은

나도 누군가의

그림자가 되길 바라며

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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