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5도ㅣ필연ㅣ세 걸음

by 온도계

그냥, 어디로 가볼까 하는 마음에

목적지 없는 방향을 찾아

핸들을 이리저리 돌렸다.


시골 냄새를 따라 간 길은

이내 산을 향했고

불빛 하나 없는 길에 멈췄다.


엔진이 꺼지자

기다렸다는 듯

풀벌레 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웠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인사에

대답하고 싶었으나

눈치만 보다 하늘을 쳐다봤다.


툭 건드리면 쏟아질 것 같은 황홀함이

나의 눈에 가득 차오를 때쯤

책에서만 봤던 ‘별똥별‘이

“소원을 빌어봐”라고 소리쳤다.


이미 지나간 뒤 ‘아차’ 싶었지만

이런 모습이 익숙했는지

“한 번 더 기회를 줄게”라며

다시 내 눈 위를 지나갔다.


소원을 다 빌기도 전에

이미 사라진 ‘별’은

뭐가 그리 바빴는지

내 마음을 듣고 간 건지 모르겠다.


그 흔적마저 사라지기 전에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본다.


하얀 도화지에 밤하늘의 별을 그리며

잠시 스친 인연도 우연이 아니라기에

굵은 선으로 필연을 그려본다.


오늘도 내 곁을 스쳐간

수많은 별똥별들이 있었다.

나의 도화지에 작은 선이 되어준 그들에게

고마움은커녕,

소원함만 늘어놓았다.


그대들도

나의 ‘필연‘임을 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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