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3도 │ 아프리카 열매들

by 온도계

나는 과일을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아프리카의 과일을 가능한 한 빠짐없이 맛보려고 했고, 그중의 나의 최애 과일인 망고와 파인애플은 빠지지 않았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잘 익은 파인애플의 맛은 정말 놀라웠다.


한국에서는 보통 파인애플의 한가운데에 있는 심(가운데에 있는 단단한 부분)은 보통 다 버린다. 그것에 식이섬유가 풍부하지만 너무 딱딱해서 먹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곳에서의 심은 부드러웠다. 그 식감은 쫀득한 젤리 같았다. 이것은 먹어본 사람들만 알 수 있지 않을까? 과일 그대로의 젤리를 상상할 수 있겠는가? 아무튼 파인애플의 심을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여전히 남아있다. 그 기억은 그곳에서도 여전했다. 일꾼들의 식사를 위해 준비하던 중 길가에 팔고 있던 파인애플이 생각났다. 그 길로 가서 파인애플을 구매한 뒤 식후 디저트로 함께 먹었다. 내가 직접 구매해서 가지고 온 뒤 칼로 잘라서 나눠주었다. 맛있게 먹으면서 과일을 이렇게 좋아하는 외국인 처음 본다며 오히려 나를 보고 놀라워했다. 근데 그럴만하다. 난 탄자니아에서 과일을 정말 많이 먹었다.


한 개에 약 700원 정도 했던 '파인애플'


탕가에서 돌아오는 길에 ‘잭프루트’라 불리는 과일을 사서 직접 칼로 자른 뒤 과일 안에 본드만큼 진득한 보호막을 제거하고 씨앗을 품은 노란 알맹이를 꺼내어 씨앗만 빼고 먹었다. 좋아하는 과일이었기에 직접 해보고 싶었다. 노하우가 없어 칼로 막 자르고 했더니 보호막 같은 과육이 칼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 늘 사서 먹기만 했는데 직접 해보니 어렵기도, 신기하기도 했다.


약 3000원 정도였던 '잭프루트'를 직접 구매했다.


고개를 숙이고 손질하는 데 정신없었다.


단연 가장 즐겨 먹었던 과일은 ‘망고’였다. 탄자니아에서 자란 망고는 크기가 조금 작고, 껍질이 초록색이었다. 처음에는 충분히 익지 않은 것 같아 구매하지 않으려 했었는데 이미 익었다는 말에 구매해 먹어보았다. 식감은 조금 더 쫀득했고, 단맛이 나긴 했지만 일반적인 망고보다 덜 달았다. 개인적으로 단맛의 과일을 좋아하지만 너무 달기만 하면 오래 먹기 어렵다. 그래서 탄자니아 망고는 나에게 적절했다. 하지만 먹다 보니 그 맛에 익숙해져 단맛의 강도가 점점 약해졌다. 그러다 케냐에서 온 망고를 먹기 시작했다. 이 망고는 조금 더 크고, 가격도 더 비쌌다. 식감은 더 부드러웠으며, 맛은 더 달았다. 케냐 망고를 먹고 난 뒤부터 쭉 케냐 망고만 먹었다. 손이 자꾸 그쪽을 향했다. 난 그저 본능에 따랐을 뿐이었다.


케냐 망고(왼쪽)와 탄자니아 망고(오른쪽)


아프리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과일 중 하나는 ‘바나나’였다.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일부 지역에서 재배되는 바나나의 색깔이 달랐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노란색의 바나나와 다르게 붉은빛의 껍질을 지니고 있었던 그 바나나는 한때 원숭이들이 먹는다고 해서 원숭이 바나나로 불렸단다. 그 맛은 조금 달랐다. 조금 더 쫀득하면서 살짝 시큼한 맛이 나는데 단맛과 어우러지는 것이 참 오묘했다. 유난히 많이 나는 지역이 있어 그 지역을 지날 때마다 꼭 사서 먹었다. 물론 평소에 노란 바나나를 많이 먹었다. 그런데 크기가 달랐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바나나의 2배 정도 되는 크기였다. 게다가 완전히 익은 상태라서 맛도 좋았다.


쫀득하면서 시큼했다.


바나나 나무에서 바로 가져왔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보카도’다. 아프리카에서는 아보카도가 정말 많았다. 지인의 집에 아보카도 나무가 있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큰 나무에서 150여 개 되는 아보카도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으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먹고 싶으면 따서 먹고, 덜 익었을 때는 사서 먹기도 했다. 가격도 저렴하니 부담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수박만 한 아보카도도 있었다. 그건 맛이 떨어져 보통 먹지 않았다. 내가 봤던 아보카도 종류만 대여섯 가지였으니 정말 풍성한 나라였다.


나무 한 그루에 엄청난 양의 '아보카도'가 열린다.


내가 머물렀던 집에 ‘리치’ 나무가 있었다. 아주 높은 곳에 열린 리치를 자동차 천장에 올라가 긴 나무막대를 들고 리치를 따먹었다. 잘 익은 리치를 바로 따서 먹었던 그 맛은 단연 최고였다. 가장 맛있었던 리치였다. 정말 달았고, 과즙도 풍성했다. 하지만 새들이 가장 먼저 먹기에 자주 먹을 수 없었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이 외에 파파야, 수박, 멜론, 탠저린 등등 하나하나 다 언급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탄자니아 고구마는 얼마나 컸던지 정말 거짓말 조금 보태 수박만 한 것도 있었다. 물론 맛은 떨어졌지만 아프리카의 과일과 채소 속에 파묻힌 시간들이었다.


‘아프리카의 풍요로운 매력에 푹 빠졌다.’

직접 따서 먹었던 '마카다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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