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만든 열 폭탄, 푄 현상
대프리카.
대구 + 아프리카.
대한민국에서 '대구광역시'라 하면 떠오르는 한마디.
"거기 엄청 더운 곳 아니야?"
그런데 가끔 보면 대구보다 더 더운 곳이 있다는 뉴스가 종종 나온다.
기상청의 자료에 따르면,
2025년 7월 6일, 강원 삼척 39.0℃, 강릉 38.7℃
2025년 7월 8일, 경기 광명 40.2℃, 파주 40.1℃
같은 날 대구는? 34.9℃, 32.3℃.
경기도가 대구보다 더 뜨거운 경우가 있다니!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이 비밀은 바로 '푄 현상' 때문이다.
바람이 산을 넘으면서 성질이 변하는 과학!
'바람이 산을 넘으면서 뜨거워진다' 선뜻 이해하기가 어렵다. 바람이 뜨거워진다?
일단, 여러 단계가 필요하다.
step1. 습한 공기가 산을 만나면?
바다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해풍(海豊)'이라고 한다.
이 바람은 굉장히 습기가 많은 공기며, 무거워서 아래로 깔리는 성질이 있다. 이 공기가 가던 중에 산을 만나게 되면 역시나 우리처럼 산을 넘어야 한다.
공기는 지상에서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중력의 영향에서 멀이 지기 때문에 지구가 붙잡고 있는 힘이 약해진다. 즉, 기압이 낮아진다는 뜻.
기압이 낮아지게 되면, 기체 입자들을 누르고 있는 힘이 약해지기 때문에 더 넓게 퍼지고, 더 많이 움직이기 때문에 부피가 늘어나게 된다(팽창한다).
그러면 공간이 넓기 때문에 에너지를 많이 써버리게 되고, 기체 입자들끼리 부딪히는 경우가 줄어들어서 온도가 낮아지게 된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얼마나 온도가 떨어지는지를 확인해 봤더니, 지표에서 100m씩 상공으로 올라갈 때마다 0.5℃ 하강한다.
step2. 비를 내리게 해서 열을 방출한다.
고도가 어느 정도 높아지고, 온도가 낮아지면서 수증기가 응결하게 되면, 비로 떨어지게 된다.
즉, 바다에서 불어온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산을 넘으면서, 비를 뿌려서 몸을 가볍게 한다.
step3. 건조한 공기가 산을 내려갈 때?
저 높은 곳에서 중력의 영향을 약하게 받다가, 산을 내려오게 되면서 중력의 영향을 강하게 받게 되면서 기압이 높이지게 된다.
기압이 높아졌으니, 기체 입자들을 누르고 있는 힘이 강해지게 되고, 멀리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부피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기체 입자들끼리 부딪히는 일이 많아지기 때문에 온도가 높아지게 된다.
이때, 100m씩 지표면으로 내려갈 때마다 100m에 1℃씩 상승한다.
즉, 올라갈 땐 0.5도씩 식었는데, 내려올 땐 1도씩 더 빨리 뜨거워지는 구조.
이 현상이 유럽의 알프스 산맥에서 흔하게 나타났고, 그 이름이 'Föhn이라서 Föhn 현상'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7월 6일에는 무슨 일이 있던 것인가?
7월 6일 우리나라 제주도 남서쪽에 태풍 4호 다나스가 북상 중이며, 우리나라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끄트머리에 걸려있다.
고기압의 가장자리에는 시계방향으로 바람이 불기 때문에 위의 사진처럼, 남쪽에서 따뜻하고 습한 바람이 우리나라로 불어 들어오고 있는데, 여기에 태풍 4호 다나스의 영향으로 더 습하고, 따뜻한 공기가 옆에서 불이 난 집에 부채질을 열심히 하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저번에 배웠던 상공 5500m에 위치한 북태평양 고기압과 상공 12000m에 위치한 티벳 고기압의 합동작전으로 인해 그림에서 본 것처럼 우리나라는 찐만두가 돼 있는 상태. 즉, '열돔현상'.
남쪽에서 불어 들어오는 바람이 지구의 자전에 의한 힘인 '코리올리 힘'에 의해 꺾이게 된다.
이 바람이 위의 사진처럼 산맥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태백산맥을 기준으로 서쪽에는 비가 오고, 동쪽에는 건조하고, 뜨거운 바람이 불게 되면서 7월 6일의 동해안 쪽 지역의 기온이 굉장히 높게 나타나게 된 이유다.
반면에 7월 8일에는 서쪽에서 동쪽으로의 '서풍'이 부는 것이 아니라 '동풍'이 불게 된다.
태풍 4호 다나스가 우리나라 쪽으로 가깝게 북상하고 있고, 고기압이 좀 더 북쪽으로 확장된 상태.
고기압 쪽에서는 시계방향의 바람이 불고, 저기압인 태풍은 반시계방향으로 바람이 불기 때문에, 동풍이 불게 된다. 역시, 동풍이 태백산맥에 부딪히게 되면서 우리나라 동해안 쪽 지역에는 비가 내리게 되고, 건조하고, 뜨거운 바람이 태백산맥을 타고 내려가면서 경기도 쪽의 기온이 높아지게 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더위'하면 대구를 떠올리지만,
진짜 뜨거운 곳은 지형과 바람, 기압의 퍼즐이 딱
맞아떨어질 때 등장한다.
이처럼 날씨는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
대기의 움직임과 지구의 구조가 빚어낸 결과다.
우리가 보는 맑은 하늘, 땀이 흐르는 오후,
그 모든 순간 뒤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힘들이 얽혀 있다.
산을 넘는 바람 하나가, 한 도시의 기온을 바꾸고,
사람들의 일상까지 흔들어버릴 수 있다.
날씨를 안다는 것은 단순히
'내일 우산 가져갈까?'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의 움직임을 읽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런 놀라운 움직임 위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