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거대한 밥통 안에 있다
'열돔'
요즘 날씨 뉴스를 듣게 되면 가장 많이 듣게되는 말.
물고기 이름 같지만, 한자와 영어가 합쳐진 말이다.
열(熱) 더울 열 + dome(돔, 반구형 지붕)
즉, 뜨거운 열이 반구형과 같이 지붕으로 덮여있다는 뜻이다.
현재 장마가 일찍 끝나는 바람에 전국 여기저기서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언제 부터인가 비가 오지 않는데도 양산과 우산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이렇게 더울 수 밖에 없는 이유 중의 하나가 '열돔현상'이다.
이 또한 과학적으로 들여다봐도 뜨거울 수 밖에 없는 이유.
열돔도 과학이다.
한 줄로 정의 하자면, 강력한 고기압이 대기를 눌러서 지표면의 뜨거운 공기가
하늘로 빠져 나가지 못하고 뚜껑처럼 갇히는 현상이다.
책의 앞에 고기압은 하강기류가 발생해서 위에서 밑으로 공기의 힘으로 꾹 누르게 된다.
여름에 태양의 에너지가 지표를 뜨겁게 데워서 그 열이 다시 방출하고, 뜨거운 공기가 지표에 머물다가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위에서 누르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위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쌓이게 된다.
그 결과, 마치 도시 전체가 투명한 뚜껑 안에 갇힌 것처럼 더워지게 되는 것이다.
즉, 밥솥 뚜껑이 계속 닫혀있는 상태.
우리나라에 나타나고 있는 열돔현상의 주범이 있다.
하나는 '북태평양 고기압', 다른 하나는 '티벳 고기압'이다.
- 북태평양 고기압
바다 위에서 수증기를 잔뜩 머금고 올라오는 고기압이다.
이 고기압은 태평양을 중심으로, 일본의 남쪽에서 한반도 까지 확장한다.
형성이 되는 고도는 지상~상공 5500m이며, 습기가 많고, 끈적한 공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한반도에 찜통 더위와 열대야, 대기의 불안정성이 증가함으로 소나기의 가능성이 있다.
놀랍게도 태풍의 진로도 막아버릴 정도로 강력한 '방패'이다.
- 티벳 고기압
대륙 위에서 태양열에 의해 만들어진 고층 고기압이다.
이 고기압은 중국의 티베트 고원에서 저 멀리 중앙아시아 까지 확장한다.
형성이 되는 고도는 약 5000m에서 12000m이며, 여름철에 강한 에너지로 인해
티벳 고원이 데워지고, 뜨거워 진 공기가 상승하기에 고도가 높은 쪽에 고기압이 형성된다.
상공에서 뜨거운 공기가 정체하기 때문에 계속 복사열에 갇혀있게 된다.
우리를 기준으로 저 위쪽에서는 뜨겁고, 건조한 티벳 고기압이 덮고 있고,
지표면에는 뜨겁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를 찌고 있다.
만두를 찌면 저렇게 뜨거운 수증기가 밖으로 나가게 되는데,
열돔현상에 갇히게 되면 저 뜨거운 수증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계속 우리가 살고 있는 지표면에 쌓이게 된다.
이것이 엄청나게 더운 이유 중의 하나.
보이지 않는 기압의 뚜껑은
공기만이 아니라 우리 일상과 감정까지 눌러버린다.
열돔은 단지 '더운 날씨'가 아니다.
그것은 대기가 스스로 식히지 못하는 구조적인 열의 정체이며,
동시에 인간이 만들어낸 기후 시스템의 피로다.
아까 전에 현재 우리나라를 덥게하는 것이 열돔현상이 그 중 하나라고 했다.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특정 지역이 너무너무 뜨거워지는 현상이 있는데,
바로 'Föhn wind' / '푄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