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X물리] 우리는 늘 과거를 보고 있다

하늘을 볼 때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by 과커콜라

요즘 하늘이 맑다.

뜨겁긴 하지만 화창.. 이 아니라 뜨겁다.

그렇지만 하늘에 떠 있는 태양으로 인해 우리의 삶이 풍성해지고 있다.

과실이 맺힐 수 있는 최적의 에너지, 우리의 눈에 여름의 싱그러움을 볼 수 있는 이유.


그러나 지금 하늘 위에서 우리를 비추고 있는 태양이

실은 과거의 태양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있는가?


놀랍겠지만 진짜다. 완전 코 앞에서 관찰하는 것이 아닌 이상

우리는 항상 과거의 태양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또한 과학이다.


우리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다.

달 편에서 얘기했던 것을 적용하면, 지구는 태양의 중심을 향해 떨어지고 있는 중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는 약 150,000,000km(1억 5천만 km)이다.

이것을 천문단위로 정한 것이 '1AU'라고 한다.


우리가 익히 들어 봤을 빛의 속도는 '300,000km/s' 즉, 1초에 30만 km를 간다는 것.

그렇다면, 거리와 속도를 알면 시간을 구할 수 있다.

1초에 30만 km를 가면, 10초에는 300만 km를 간다.

150,000,000km를 빛의 속도로 가려면 약 500초, 약 8분 20초가 걸린다.


우리가 본다는 것은 빛이 어떤 물체에 닿아서 반사가 되는 것이 우리 눈에 들어와서

뇌가 "아~ 너 이거구나?"라고 인식을 하는 것, 이를 '보다'라고 한다.

즉, 태양에서 보낸 빛이 우리 눈에 들어와서 우리 뇌가 인식하는 그 순간 우리는 태양을 봤다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으로 볼 때, 지금 우리가 눈으로 보는 태양은 8분 20초 전의 태양이라는 것이다.

좀 더 디테일하게 상상을 하자면,

만약 태양이 지금 당장 폭파해서 없어졌다고 가정하면,

우리는 8분 20초 동안은 태양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이다가,

8분 20초가 지나면 태양이 폭파되는 것을 보고 인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에 배웠던 것을 생각해 보자.

지구에서 달까지의 평균 거리는 약 384,000km.

그 말은 태양 빛이 달에 반사 돼서 우리 눈에 들어오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28초.

즉, 우리가 맨날 보는 달도 1.28초 전의 달이라는 것이다.

신기하지 않은가??


그러면 스케일을 좀 더 키워보자.


해가 지고 나면,

우리 머리 위엔 수많은 별이 고요하게 떠 있다.

그렇다. 그 별빛 모두 '지금이 아닌 과거'에서 온 것이다.


빛은 그 넓고 광활한 우주에서 제일 빠르다.

그리고 우주 안에서 별들의 거리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멀리 있다.

그래서 빛의 속도로 1년 동안 가는 거리를 계산해 보면,

약 9,460,000,000,000km(9조 4600억 km) 단위가 너무 크기 때문에

우리는 빛이 1년 동안 가는 거리를 '광년(光年)'이라고 부른다.


태양계를 제외하고, 우리 지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태양과 같은 존재

즉, 스스로 빛과 열을 내는 천체인 '항성'은 바로 '프록시마 센타우리'인데,

지구에서 4.24광년 떨어져 있다. 빛의 속도로 달려도 약 4년 3개월 정도 걸린다는 뜻.

우리가 망원경을 통해서 보는 프록시마 센타우리의 모습은 약 4년 3개월 전의 모습이다.


또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안드로메다 은하'이다.

지구에서 약 250만 광년 떨어져 있다.

그러니 지금 망원경을 통해서 보는 안드로메다 은하는 250만 년 전의 모습이라는 얘기.


놀랍게도 어떤 별들은 수명이 다해 이미 폭발하거나 사라졌다고 하더라도

그 빛은 아직 지구를 향해 오는 중이다.

그래서 지금도 하늘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유령별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조금 늦은 빛 속에서 살아간다.

하늘의 태양도, 밤하늘의 별도,

마주친 누군가의 눈빛조차도 진짜 '지금'이 아닌,

이미 지나간 과거의 조각이다.


완벽한 동시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 느끼는 모든 것은 항상 조금 느린 진실이고,

우리는 그 찰나의 잔상들을 '지금'이라 부르며 살아간다.


태양은 여전히 불타고 있다. 지금도 매초 수백만 톤의 질량을 에너지로 태워서

이 작고 아담한 행성까지 빛을 보낸다.

그 빛은 8분 20초 전, 태양에서 출발해서 지금 막,

우리의 피부 위에 뜨겁게 내려앉는다.

세상의 모든 시간은 과거의 정보들로 이루어진 퍼즐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지연된 시간 위에서도 웃고,
사랑하고, 결정하고, 매일의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8분 20초 전의 태양과 함께 살아간다.

과학을 통해서 태양의 빛이 우리에게 도달하는 시간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고,

찰나의 순간을 지나고 있음 또한 알 수 있다.


우주의 큰 법칙 아래에서 살아가는 지금이

매우 귀하고, 감격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늘 조금 늦게 도착한 빛의 선물을 받으며 살아간다.
그건 어쩌면, 우주가 매일 건네는 안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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