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괜찮아

죽고 싶을 때는 성형을 해

by 정혜영작가

그래도 괜찮아


머리를 자르고, 요가를 하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어.

겉으로 보기엔 그랬지.

하지만 밤이 되면,

나는 무너졌어.

불이 꺼지고, 침대에 누우면, 생각이 몰려왔어.

'나는 왜 이렇게 됐을까.'

'앞으로 어떻게 살지.'

'그는 지금 행복할까.'

'나만 이렇게 힘든 걸까.'


잠이 안 왔어.

새벽 1시, 2시, 3시...

핸드폰을 보다가, 울다가, 다시 핸드폰 보다가.

결국 서랍을 열었어.

수면제.

한 알을 꺼냈어.

물과 함께 삼켰지.

30분쯤 지나면, 정신이 몽롱해지고, 눈이 감겼어.

그제야 잠들 수 있었지.

아침이 오면,

머리가 무거웠어.

입안이 바싹 말라있고, 온몸이 무기력했지.

세면대 거울을 봤어.

약통이 보이더라.

두 개.

우울증 약. 수면제.

사실 말하면,

나는 이미 한참 전부터 약을 먹고 있었어.

2년 전부터였어.

그와의 관계가 힘들어서 신경정신과를 다니기 시작했지.

우울증 진단을 받았어.

불안장애도 있다고 했어.

그때부터 약을 먹었어.


매일.

처음엔 저항감이 컸어.

'내가 정신병자야?' '약 먹는다고 나아져?' '

내 힘으로 이겨내야 하는 거 아냐?'

근데 먹었어.

너무 힘들었으니까.

약은 도움이 됐어.

감정의 롤러코스터가 조금 완만해졌지.

밤에 잠도 좀 잤고.

근데 그 사람과의 관계는 계속 힘들었어.

결국 헤어졌어.

그리고 약의 양이 늘었지.


이별 후,

우울증이 더 심해졌거든.

이별 후,

병원에 다시 갔어.

"헤어졌어요."

그 말과 함께 울었지.

의사가 말했어.

"지금은 많이 힘드실 거예요. 당분간 약을 늘려드릴게요."

우울증 약 하나에서 두 개로. 수면제도 추가.


매일 아침, 저녁,

약을 먹었어.

약통을 열고, 하나씩 꺼내서, 물과 함께 삼키는 거.

그게 창피했어.

요가 강사가, 운동 열심히 하는 사람이,

머리 자르고 립스틱 바르는 사람이,

왜 약을 먹어야 하지?

친구들한테 말 안 했어.

'신경정신과 다닌다'는 거. '약 먹는다'는 거.

말하면 이상하게 볼 것 같았거든.


'너 그렇게 심했어?' '정신병자야?'

혼자 숨겼어.

약도, 병원 다니는 것도.

근데 어느 날,

요가 수업 후에 한 학생이 다가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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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 문예 등단 작가 주영. 감성과 상징, 인간의 내면의 이야기를 쓰며 글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상처와 회복 사이의 여정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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