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팔로워의 민낯

아직 끝나지 않았다

by 정혜영작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백만 팔로워의 민낯



상담실 기록



오늘 상담실 문을 연 것은 스물일곱 살 박지우 씨였습니다.


그녀는 명품 가방을 들고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지만 얼굴은 피곤해 보였습니다.


"상담 부탁드립니다. 저는... 인플루언서입니다."


지우 씨는 휴대폰을 꺼내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보여줬습니다.


팔로워 백이십만 명이었습니다.


"사 년 전에 시작했습니다. 제 일상을 올렸어요. 카페, 맛집, 여행, 패션."


"사람들이 좋아했습니다. 팔로워가 빠르게 늘었어요."


"일 년 만에 십만 명이 됐고 이 년 만에 오십만 명을 넘었습니다."


지우 씨는 자신의 피드를 스크롤했습니다.


화려한 사진들이 가득했습니다.


"지금은 백이십만 명입니다. 제 게시물은 평균 좋아요가 삼만 개 넘게 나옵니다."


"사람들은 저를 부러워합니다. 성공한 인플루언서래요."


지우 씨는 휴대폰을 내려놓았습니다.


"하지만 제 통장에는 십만 원밖에 없습니다."





지우 씨는 가방을 열었습니다. 안에는 명품 지갑이 보였습니다.


"이 가방도 협찬입니다. 이 옷도 협찬이고요. 신발, 액세서리, 화장품 다 협찬입니다."


"제 방은 협찬 제품으로 가득합니다. 옷, 가방, 화장품, 건강식품, 전자제품."


지우 씨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처음에는 좋았어요. 공짜로 명품을 받으니까요."


"하지만 협찬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피드에 올려야 해요. 예쁘게 찍어서요."


"그리고 제품을 칭찬해야 합니다. 진짜 좋지 않아도요."


지우 씨는 휴대폰을 다시 꺼냈습니다.


"이 립스틱 협찬받았는데 색깔이 너무 이상해요. 제 피부톤이랑 안 맞아요."


"하지만 피드에는 '정말 예쁜 색이에요! 강추!'라고 썼습니다."


"거짓말입니다. 하지만 안 그러면 다음 협찬이 안 들어와요."


지우 씨는 눈을 감았습니다.


"협찬은 많은데 돈은 안 됩니다."


"브랜드들은 제품만 주고 돈은 안 줘요.


노출이 대가래요."


"팔로워 백만 명이면 광고비를 받아야 하는데 저는 못 받아요."



지우 씨는 이메일함을 보여줬습니다.


"광고 제안이 들어옵니다. 하지만 다 사기예요."


"한 달에 오십만 원 준다고 했습니다. 건강식품 광고였어요."


"계약했습니다. 한 달 동안 일주일에 세 번씩 올렸어요."


지우 씨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한 달 후 연락이 안 됐습니다. 돈도 안 들어왔어요."


"알고 보니 불법 제품이었습니다. 식약처 허가도 안 난 거였어요."


"제 팔로워들이 화를 냈습니다. 사기 제품 홍보했다고요."


"언팔도 많이 당했습니다. 제 이미지도 나빠졌고요."


지우 씨는 눈물을 닦았습니다.


"제대로 된 광고는 안 들어옵니다."


"기업들은 팔로워 백만 명 이상이어야 한대요.


아니면 연예인이어야 한대요."


"저는 백이십만 명인데 부족하대요."


"그래서 협찬만 받습니다. 돈 안 되는 협찬만요."




지우 씨는 자신의 피드를 다시 보여줬습니다.


"이 사진 보세요. 제주도 오션뷰 호텔이에요."


"팔로워들은 부러워했습니다. '부자네', '좋겠다' 이런 댓글 달았어요."


지우 씨는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진실은 다릅니다."


"호텔 협찬이었어요. 하룻밤만 무료였고 나머지는 제가 냈어요."


"게다가 오션뷰가 아니었어요. 뒷산 뷰였어요."


"이 사진은 로비에서 찍은 겁니다. 마치 제 방인 것처럼요."


지우 씨는 다른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이 레스토랑도 협찬이에요. 무료로 먹었습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정혜영작가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신춘 문예 등단 작가 주영. 감성과 상징, 인간의 내면의 이야기를 쓰며 글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상처와 회복 사이의 여정을 기록합니다.

8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2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23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3화보이지 않는 것들과의 싸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