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았다
상담실 기록
오늘 상담실 문을 연 것은 서른다섯 살 최준혁 씨였습니다.
그는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들어왔지만 손은 계속 떨리고 있었습니다.
"상담 부탁드립니다. 저는... 저는 게이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작았습니다. 이 말을 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듯했습니다.
"처음 깨달은 건 고등학교 때였습니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대학을 가고 직장을 다니고 삼십 대가 됐습니다. 여전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습니다."
준혁 씨는 눈을 감았습니다.
"부모님은 모릅니다. 회사 동료들도 모릅니다. 친구들도 대부분 모릅니다."
"저는 이십 년 동안 저를 숨기며 살았습니다."
그는 가방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습니다. 한 남자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이 사람은 제 연인입니다. 칠 년째 만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이 사람을 모릅니다. SNS에도 올릴 수 없습니다. 가족에게 소개할 수도 없습니다."
준혁 씨의 손이 떨렸습니다.
"저는 이 사람과 평범하게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 사회에서는 불가능합니다."
준혁 씨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명절이 제일 힘듭니다."
"친척들이 모이면 다들 묻습니다. 아직도 결혼 안 하냐고. 여자친구는 있냐고."
"저는 웃으며 대답합니다. 아직 만나는 사람 없다고. 일이 바빠서 연애할 시간이 없다고."
준혁 씨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작년 추석 때 어머니가 우셨습니다."
"우리 아들이 뭐가 문제냐고 하셨습니다.
왜 여자를 안 만나냐고. 혹시 불능인 거 아니냐고."
"저는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준혁 씨는 눈물을 닦았습니다.
"아버지는 화를 내셨습니다. 서른다섯이면 결혼해야 하는 나이라고 하셨습니다."
"가문의 대를 이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손주 얼굴을 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죄인처럼 고개를 숙였습니다. 죄송하다고만 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말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게이라는 걸 말하면 부모님은 어떻게 될까요."
준혁 씨는 휴대폰을 꺼냈습니다. 메시지 목록이 보였습니다.
"어머니가 자꾸 소개팅을 주선합니다."
"친구 딸, 친척 딸, 교회 집사님 딸. 끊임없이 소개합니다."
"저는 거절할 수 없습니다. 거절하면 의심하시니까요."
준혁 씨는 메시지를 스크롤했습니다.
"지난 삼 년 동안 스무 번 넘게 소개팅을 했습니다."
"매번 예쁜 여자들이었습니다. 성격도 좋았습니다. 조건도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무 감정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준혁 씨의 목소리가 작아졌습니다.
"소개팅하는 여자들에게 미안합니다. 저는 처음부터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 여자들은 저를 남자로 봅니다. 하지만 저는 여자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몇 번은 진지하게 만났습니다. 어머니를 안심시키려고요. 하지만 결국 헤어졌습니다."
"여자들은 물었습니다. 내가 뭐가 부족하냐고. 왜 마음을 안 여냐고."
"저는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당신이 문제가 아니라 제가 게이라서요."
준혁 씨는 회사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저는 대기업에 다닙니다. 십 년째 다니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아무도 모릅니다. 절대 말할 수 없습니다."
"동료들은 가끔 묻습니다. 결혼 언제 하냐고. 여자친구 없냐고."
준혁 씨는 손을 떨었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더 힘듭니다. 술에 취한 선배들이 야한 농담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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