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승의 마케팅 인사이트 ep.01
우리는 브랜드가 무엇을 말하느냐에 집착합니다. 하지만 진짜 강한 브랜드는 무엇을 말하지 않느냐에 훨씬 더 민감하죠. 그리고 그 가장 상징적인 사례가 바로 Nike입니다.
1988년, 나이키는 단 3단어로 모든 이야기를 끝냈습니다. Just Do It. 그 후 30년 동안 그들은 거의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습니다. 설명하지 않았고, 비교하지 않았고, 해명하지도 않았습니다. 오로지 '그 말' 하나를 반복했고, 때로는 말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 슬로건이 탄생한 배경입니다. 와이든+케네디의 댄 와이든이 연쇄살인범 게리 길모어의 마지막 말 "Let's do it"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건 유명한 일화죠.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 단어들이 어떻게 30년간 살아남았느냐입니다.
나이키는 'Just Do It'을 단순한 카피가 아닌 브랜드 DNA로 만들었습니다. 모든 캠페인, 모든 제품 런칭,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이 3단어를 중심으로 돌아갔죠. 심지어 이 문구가 없어도 나이키의 광고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요.
그런데 우리는 왜 이렇게 말이 많아졌을까요?
'세일합니다', '기념 이벤트', 'OOO 원장님의 00 시술', '런칭 기념 30% 할인', '후기 이벤트' 병원은, 브랜드는, 마케터는 너무 많은 말로 자신을 보호하려고 합니다. 마치 침묵이 죽음인 것처럼, 계속 무언가를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이건 디지털 마케팅의 함정입니다. SNS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콘텐츠를 생산하라고 재촉합니다. 알고리즘은 활발한 계정을 선호하고, 마케터들은 그 압박에 못 이겨 하루에도 몇 번씩 포스팅을 올립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소비자(또는 환자)는 그 말에 피로합니다. 정보 과부하 시대에 또 다른 소음을 만드는 거죠.
Just Do It은 단순한 광고 슬로건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나이키라는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던진 하나의 정체성 문장입니다.
생각해보세요. 나이키는 자사 신발의 기술적 우수성을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대신 "너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죠. 마이클 조던이 나이키 신발을 신고 경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나이키는 말 대신, 스포츠 정신을 선택했습니다. 광고가 아니라 '내 안의 운동선수'를 자극했죠. 그래서 제품은 자연스럽게 따라왔습니다. 나이키는 신발을 팔지 않았습니다. 움직이게 만들었고, 거기에 나이키가 있었던 것이죠.
이게 바로 "브랜드 중심 마케팅"의 핵심입니다. 제품의 기능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그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의 정체성을 정의해주는 거예요.
그리고 그들의 가장 놀라운 전략은, 필요할 때조차 말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2000년대 중반 아디다스가 부스트 기술, 클라이마쿨 등 기능성에 대한 기술력 광고를 쏟아낼 때, 나이키는 "기능"보다 "철학"을 유지했습니다. 경쟁사들이 "우리 제품이 더 좋습니다"라고 외칠 때, 나이키는 여전히 "Just Do It"만 되뇌었죠.
심지어 2018년 콜린 캐퍼닉 광고 논란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상황에서도 나이키는 길게 해명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Believe in something. Even if it means sacrificing everything."라는 메시지 하나로 자신들의 입장을 명확히 했죠.
그들의 무기는 기술이 아니라, 맥락의 일관성이었습니다.
병원 마케팅을 하다 보면 종종 듣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병원, 아무리 말해도 안 먹혀요."
그건 말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말을 하기 전에, 그 말을 담을 구조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병원들이 똑같은 실수를 합니다. 블로그에는 전문 의료 정보를, 인스타그램에는 인테리어 사진을, 유튜브에는 시술 과정을, 홈페이지에는 의료진 소개를 올리죠. 각각은 나쁘지 않지만,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블로그에 아무리 좋은 글을 써도, 인스타그램에 아무리 감성 사진을 올려도, 홈페이지에 아무리 친절한 문구를 박아도, 그 '말'이 한 방향을 향하지 않으면, 결국 소음이 됩니다.
나이키처럼, 일관된 메시지를 뒷받침할 구조가 필요합니다. 병원이든 브랜드든,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문장을 향해 가는 구조. 환자든 소비자든 그 브랜드를 떠올렸을 때 "그 병원, 뭔가 진정성 있더라"라는 감정이 남는 구조.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감정 아키텍처"입니다.
전통적인 마케팅은 "정보 전달"에 집중했습니다. 우리 제품이 얼마나 좋은지, 왜 선택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데 급급했죠. 하지만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또 다른 정보는 무의미합니다.
감정 아키텍처는 다릅니다. 정보보다 느낌을, 설명보다 경험을, 논리보다 공감을 설계하는 거예요. 나이키가 바로 이 감정 아키텍처의 대가죠.
첫째, 브랜드 코어 메시지를 하나로 정합니다. 나이키의 'Just Do It'처럼, 우리 브랜드를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해요.
둘째, 모든 접점에서 일관성을 유지합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광고든 서비스든, 모든 경험이 그 코어 메시지를 뒷받침해야죠.
셋째, 말보다는 행동으로 증명합니다. 친절하다고 말하는 것보다 실제로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훨씬 강력하니까요.
마케팅은 정보 전달이 아닙니다. 맥락 구성입니다.
좋은 맥락은 말 없이도 이해됩니다. 나이키 로고만 봐도 'Just Do It'이 떠오르고, 그 순간 우리는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들죠. 이게 바로 맥락의 힘입니다.
맥락을 잘 설계하면 말이 아니라 느낌이 먼저 남고, 그 느낌은 결국 브랜드를 기억하게 만듭니다. 환자가 우리 병원을 떠올릴 때 특정 감정이 함께 떠오른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마케팅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병원 마케팅에서도, 브랜드 전략에서도 "무엇을 말할까"보다 "무엇을 말하지 않을까"를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침묵은 공백이 아닙니다. 가장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그게 바로 나이키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세상 누구보다 큰 목소리를 가진 이유입니다.
"마케팅은 말이 아니라 설계입니다. 소비자보다 더 많이 말하지 않고도 기억되는 브랜드, 그 구조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도 성과가 없다면, 그건 ‘실행’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어디부터 어긋난 건지, 제가 직접 진단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전액 무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