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느낌'이 먼저 남는 시대

이현승의 마케팅 인사이트 ep.05

by 이현승


말을 한다고 전달되는 게 아닙니다. 듣는 이가 느껴야 비로소 전달된 겁니다. 이 당연한 사실이 마케팅에서는 종종 무시됩니다. 브랜드는 자꾸 말합니다. "우리는 이런 기술이 있 고, 이런 성과가 있었으며, 이런 평판을 얻고 있다"고. 그러나 브랜드를 기억하는 건 언 제나 '말'이 아니라, '느낌'입니다.


우리는 정보를 기억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정보를 접했을 때의 감정은 오래 남습니다. "그 병원, 뭔가 진정성 있더라." "그 브랜드, 괜히 믿음 가더라." 말에 대한 구체적 기억은 사라져도, 그 브랜드와 만났을 때의 감정은 퇴적처럼 남아 있습니다.



감정 메모리의 비밀


인간의 뇌는 놀라울 정도로 선택적입니다. 하루에 수만 개의 정보를 접하지만, 기억에 남 는 건 겨우 몇 개뿐입니다. 그 '몇 개'를 결정하는 건 논리나 중요도가 아닙니다. 바로 감 정의 강도입니다.


스타벅스를 떠올려보세요. 커피 맛이 뛰어나서 기억하나요? 가격이 합리적이어서일까요? 아닙니다. "나만의 시간", "도시적 세련됨", "잠깐의 여유"라는 감정 때문입니다. 우리는 스 타벅스의 스펙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그곳에서 느꼈던 분위기를 기억할 뿐입니다.


디지털 시대는 브랜드가 무엇을 '했는가'보다, 소비자가 무엇을 '느꼈는가'로 평가되는 시 대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브랜드는 어떤 감정을 설계하고 있는가, 어떤 정서의 기억 을 남기고 있는가.


저는 이 질문을 병의원 마케팅의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말로는 부족합니다. 구조가 있어야 합니다.


병원 브랜딩을 할 때 가장 흔하게 마주치는 요청은 이런 겁니다. "우리 병원, 친절하다는 말이 많아요. 그걸 잘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묻습니다. "어떤 순간에서, 어떤 방 식으로, 어떤 감정으로 친절이 느껴졌나요?" 그 답이 나오지 않으면 콘텐츠는 피상적으 로 흘러갑니다. 결국 "진료 전 환하게 웃어줍니다", "설명 잘해줍니다" 같은 피드백에 머 물고 맙니다.


여기서 핵심은 '친절'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 경험으로 번역하는 일입니다. 친절은 수치로 측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픈 아이를 데리고 왔는데, 간호사가 먼저 아이 이 름을 불러주더라"는 순간은 명확한 감정을 남깁니다.


그런데 병원 마케팅은 결국 사람입니다. 진료라는 행위 자체는 비교가 어렵고, 시각적으 로도 표현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병원 콘텐츠가 '장비', '시술 과정', '원장 인터뷰 '에만 머물게 됩니다. 하지만 환자는 '정보'가 아니라, 자신이 느낄 수 있는 '맥락'을 원합 니다.



감정을 움직이는 질문의 힘


맥락을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도구는 질문입니다. 좋은 질문은 상대방의 내면에 이미 존재 하는 감정을 건드립니다. 새로운 정보를 주입하는 게 아니라, 이미 있던 불안이나 욕구를 표면화시키는 겁니다.


"우리 병원은 최신 장비를 사용합니다"라고 말하는 대신, "아직도 10년 전 장비로 검사받 고 계신가요?"라고 묻는 순간, 고객의 마음에서는 미묘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정보가 아 닌 의심이, 설명이 아닌 불안이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맥락 없는 정보는 소음이 됩니다.


실제로 제가 담당했던 한 병원에서는 "정밀한 스캔을 통한 1인 1기구 사용"이라는 정보 를 강조했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습니다. 같은 내용을 "다른 사람 입에 들어갔던 기구, 좀 찝찝하셨죠?"라는 문장으로 바꾸자 클릭률이 2배 이상 올라갔습니다.


차이는 명확합니다. 첫 번째는 '정보'였고, 두 번째는 '경험'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정보를 머리로 받아들이지만, 경험은 몸으로 느낍니다. 그리고 몸이 느낀 것만이 기억에 남습니 다.



역설의 마케팅: 설명할수록 잊힌다


현대 마케팅의 가장 큰 역설은 이것입니다. 설명을 많이 할수록 기억에서 멀어진다는 점 입니다. 정보량과 임팩트는 반비례 관계에 있습니다.


룰루레몬은 "Be Your Own Guru" 네 단어로 요가와 운동의 철학을 압축했습니다. 애플은 "Think Different" 두 단어 로 브랜드 철학을 압축했습니다. 이들이 성공한 이유는 많은 것을 말해서가 아니라, 적은 말로 강한 느낌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30년 경력의 전문의가 첨단 장비로 정확한 진단을 통해 맞춤형 치료를..."보다는 "아플 때 가고 싶은 병원"이라는 한 문장이 더 강력할 수 있습니다.



좋은 마케팅은 설명하지 않습니다. 기억되게 만듭니다.


저는 13년간 병원 마케팅을 해오며 이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사람들은 설명을 듣고 움직이지 않습니다. 스펙을 보고 오지 않습니다. '나를 위한 이야기'라고 느껴질 때 비로소 병원을 찾습니다. 정확한 설명보다, 딱 한 줄의 문장이 더 많은 환자를 움직입니 다.


그래서 저는 콘텐츠 하나를 만들 때도 이 질문을 놓치지 않습니다. "이 문장이 누군가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는가." "이 느낌이 우리 병원에 대해 다시 떠올릴 수 있게 만들까."



감정 설계의 실전 원칙


감정을 설계한다는 것은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매우 구체적인 작업입니 다. 몇 가지 원칙을 공유하겠습니다.


첫째, 감정에도 순서가 있습니다. 불안 → 관심 → 신뢰 → 결정으로 이어지는 여정을 설 계해야 합니다. 각 단계마다 적절한 감정적 자극이 필요합니다.


둘째, 감정은 개인적이어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라는 표현보다 "당신이"라는 표현이 더 강력합니다. 집단보다는 개인, 일반론보다는 구체적 상황이 감정을 자극합니다.


셋째, 감정은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같은 메시지라도 언제, 어떤 맥락에서 전달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반응을 불러일으킵니다.



느낌의 시대, 마케터의 새로운 역할


결국 마케터의 역할은 변하고 있습니다.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에서 감정을 설계하는 사 람으로, 말하는 사람에서 느끼게 하는 사람으로 진화해야 합니다.


감정은 논리를 이깁니다. 기억은 설명을 앞섭니다. 말보다 먼저 남는 느낌, 그게 마케팅 의 전부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느낌'을 만드는 일이야말로 가장 논리적이고 체계적 인 작업이어야 합니다.


브랜드는 제품을 파는 게 아닙니다. 감정을 팝니다. 그 감정이 얼마나 진정성 있고, 얼마 나 일관되게 전달되느냐가 브랜드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지금 당신의 브랜드는 어떤 감 정을 팔고 있나요?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도 성과가 없다면, 그건 ‘실행’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어디부터 어긋난 건지, 제가 직접 진단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전액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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