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주말 아침, 도심을 벗어난 교외의 한 주유소는 여행을 떠나는 차들로 북적였습니다. 그곳 세차장 입구에는 커다란 리트리버, 탱고가 햇살을 받으며 앉아 있었습니다. 탱고는 세차 기계를 빠져나오는 차들이 내뿜는 시원한 물보라와 마른걸레가 유리창을 스치는 경쾌한 소리를 듣고 있었죠.
그때, 은색 승용차 한 대가 멈춰 섰습니다. 운전석에 앉은 남자 '마크'는 잔뜩 미간을 찌푸린 채 연신 와이퍼를 작동시키고 있었습니다.
"이상하네, 세차까지 마쳤는데 왜 이렇게 앞이 뿌옇지? 유리가 왜 이렇게 더러운 거야!"
마크는 주유소 직원을 불러 앞 유리를 다시 닦아달라고 거듭 요청했습니다. 직원이 땀을 흘리며 정성껏 유리를 닦고 "손님, 이제 깨끗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넸지만, 마크의 짜증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아니요, 아직도 얼룩덜룩해요. 제대로 닦은 거 맞습니까? 이래서야 위험해서 고속도로를 어떻게 달려요!"
그 광경을 지켜보던 탱고가 천천히 차 창가로 다가갔습니다. 탱고는 마크의 얼굴 가까이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습니다.
"마크, 유리창 너머의 세상이 흐릿한 건 세상이 먼지에 쌓여서가 아닐지도 몰라요. 때로는 우리가 닦아야 할 것이 자동차 유리창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기도 하거든요."
마크가 의아한 표정으로 탱고를 바라보자, 조용히 곁을 지키던 아내가 빙그레 웃으며 손을 내밀었습니다. 아내는 마크의 얼굴에서 안경을 살짝 벗겨냈습니다. 그리고 부드러운 천으로 안경 렌즈에 묻은 지문과 얼룩을 정성스럽게 닦아 다시 마크의 콧등에 씌워 주었습니다.
그 순간, 마크의 눈앞이 마법처럼 환해졌습니다. 방금 전까지 더럽다고 타박하던 자동차 유리창은 사실 눈이 시릴 정도로 투명했고, 그 너머로 펼쳐진 초록빛 들판은 눈부시게 선명했습니다.
탱고는 꼬리를 살랑이며 마크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거봐요, 마크. 자동차 유리창은 진즉에 깨끗했어요. 정작 더러웠던 건 세상을 바라보던 당신의 '안경'이었죠.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난 문제는 금방 알아차리고 닦아내려 애쓰지만, 내 마음에 낀 안경에 묻은 얼룩은 좀처럼 보지 못해요."
마크는 쑥스러운 듯 허허 웃으며 안경테를 고쳐 썼습니다. 탱고는 다시 자리에 앉아 멀어지는 은색 승용차를 배웅하며 덧붙였습니다.
"세상이 유독 흐릿하고 답답하게만 보인다면, 밖을 탓하기 전에 잠시 멈춰 서서 내 마음의 안경을 살펴보세요. 미움이나 편견, 고집이라는 얼룩이 당신의 시야를 가로막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에요. 마음의 안경만 깨끗해도 세상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반짝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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