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불 난 전화기, 끝내 쓴 보고서>>

불 난 건 전화기인데, 왜 내 속이 타죠?

by 소바

전화는 불이 나고,
상사는 계속 자리로 찾아온다.

위에서 보채니 조급한 마음에
계속 와서 물어보고,
또 물어본다.

이미 수차례 독촉 메일을 보냈고,
답장도 받았다.

[반기결산으로 마감 일정 맞출 수 없습니다.]
ㅎ. 웃음이 나온다.

저기 멀리서부터
나에게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나는야 K-직장인.
거래처는 안 된다고 했지만,
윗선에서 까라면 까야 한다.
그래서 다시 전화기를 들고, 읍소 모드 발동.

"많이 바쁘시죠?
결산 일정 조율 어렵다고

상부에 보고는 드렸는데...
자료 회신을 계속 요청하셔서요.
혹시... 잠정자료라도 받을 수 있을까요?"

불쌍해 보였나 보다.
자료를 한 번 뽑아보겠다고 하신다.

"정말,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시작된 기다림.
또 기다림.

한 시간쯤 지났을까?
정해진 마감은 이미 넘겼다.

그때부터 시작된
담당부서 × 상사의 콜라보.

다시 수화기를 들고 번호를 누르는데,
안 받는다.

"아앜… 젠장!"

속은 울렁거리고,
머리는 지끈거린다.
그리고 또 기다린다.

그리고, 드디어!
그토록 기다리던 그 자료가 도착했다.

곧바로 회신 보고를 하고,
정신없이 내용을 정리했다.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
불가능할 것 같았던
보고서를 순식간에 뚝딱 작성.

내 몸아, 내 머리야.

고생했어, 우쭈쭈.


모든 보고를 마치고 나서야

의자에 기대어 숨을 돌렸다.


똥줄 여러 번 타고,

저승사자를 몇 번 본 것 같지만

그래도 마무리하고 나니

마음은… 홀가분하달까?


그렇게 지옥은 끝났다!

...

내일 오전 9시면 다시 시작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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