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뚠한 아침 먹고, 점심은 건너뛴 날
김밥을 먹고 출근했다.
짝꿍쌤이 삶아온 옥수수도 한입.
아침부터 배가 든든, 아니 든뚠.
든든하고 뚠뚠한 배를 연료 삼아
집중력 폭발.
다다다다다.
밀린 업무를 쏟아내고 고개를 드니,
어느새 점심시간이었다.
다들 나가고
자리엔 나만 덩그러니.
내 자리는 구석,
마치 외딴섬 같다.
그 섬엔
아무도 오지 않는다.
'내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구나.'
그래서 더 깊이
섬 안에 동굴을 팠고,
그 안에서
소리 없이 울곤 했다.
몇 달 전, 병원을 찾았다.
밥팀이 사라졌고
몸은 늘 피곤했고
의지는 흐릿해졌다.
의사 선생님은
내 얘기를 조용히 들어주셨다.
"약을 드려야겠네요."
"저, 우울증인가요?
전 그냥 괜찮은 줄 알았는데요."
"괜찮아졌으면, 울지 않았겠죠."
나는 아마
내가 괜찮다는 걸 확인하려고
병원에 갔던 것 같다.
하지만 상담 내내
계속 울고 있었다.
우울증이라는 이름을 받아들이자
조금은 편해졌다.
외딴섬 같은 자리도
이젠 익숙해졌다.
예전엔 통로 쪽에 앉아 있으면
누가 지나가며
"밥 안 먹어?" "밥은 먹었어?"
물어보곤 했다.
그럴 때마다
괜히 마음이 흔들렸는데,
오늘처럼 점심을 먹지 않은 날,
이 구석자리는
질문 하나 없이
나를 조용히 감춰준다.
내 마음을 보호하는
요령이 생겼다.
이렇게 무사히 하루를 버티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는 날이
오긴 오겠지.
천천히, 아주 천천히라도.
#소바로그
soft & bounce
부드럽게 튀는 감정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