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에서 시작하다.

by 하루



‘팔고 싶은 걸 팔았다’는 말이, 며칠째 귓가에 남아 있었다.

부끄러웠다.

감정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일부러 더 차분한 척했지만,

사실은 그 한마디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었다.

며칠을 그냥 흘려보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마음속 불편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다시, 검색창 앞에 앉았다.


이번엔 예쁘게 보이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보이게’ 만들고 싶었다.

검색창 안에서, 고객이 찾을 수 있게.


처음 등록했던 은반지를 다시 떠올렸다.

검색량은 많았고, 상품도 넘쳐났다.

나는 그 안에서 그냥 묻혔다.

사람들 눈에 내 상품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검색어 하나로 세상이 갈렸다.

검색에 걸리면 기회가 생기고,

걸리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때 문득, 회사 과장이 끼고 다니던 반지가 떠올랐다.

정면에 조그만 물고기 문양이 새겨져 있었던 얇은 은반지.

괜히 눈에 밟혔던 그 모양.

‘물고기 은반지.’

검색창에 그대로 입력해 봤다.

그리고, 처음으로 ‘될지도 모른다’는 숫자를 봤다.


검색량: 1,120

상품수: 10,016


은반지(47만 개)에 비하면, 말도 안 되게 적었다.

게다가 검색어 추이도 완만하게 우상향 중이었다.

급등은 아니지만, 뭔가 ‘계속 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느낌.


상품을 하나하나 클릭해 봤다.

놀랍게도, 절반 이상이 똑같았다.

디자인도, 설명도, 썸네일도.

다른 건 판매자 ID 뿐이었다.


후기도 살펴봤다.

‘은반지라고 했는데 도금인 것 같아요’

‘포장이 너무 부실해요’

‘어디서 만든 건지도 모르겠어요’

생각보다 많은 고객들이 불신을 갖고 있었다.

반지 하나지만, 사람들은 감정과 의미를 사고 있었다.

그리고 문득,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건 내가 더 잘할 수 있겠다.”


처음으로 키워드를 ‘상품의 출발점’으로 보기 시작했다.

이건 그저 검색어 하나가 아니었다.

고객이 어떤 단어로, 어떤 마음으로 찾아오는지를 읽는 일이었다.


엑셀 파일을 열었다.

키워드, 검색량, 상품 수, 경쟁률, 메모 칸을 만들었다.

‘물고기 은반지’

첫 번째 줄에 이름을 적었다.

필자생님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검색량이 적다고 무시하면 안 돼요.

꾸준히 검색되고 있고, 아직 파는 사람이 적으면

초보가 붙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거예요.”


말뿐이던 개념이,

이제는 숫자로, 감으로, 나의 셀 안에 담기기 시작했다.


사무실 책상 위 펜,

지하철에서 마주친 키링,

동료의 가방에 달린 작은 참.


‘이건 팔릴까?’

‘검색량은 어느 정도일까?’

‘경쟁자는 몇 명이나 될까?’

세상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 상품을 팔지는 못했지만,

세상을 상품의 관점으로 보기 시작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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