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산업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오해 중 하나는 ‘우수한 연구 결과가 곧바로 특허 등록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입니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신규성과 진보성은 힘들게 공들인 연구 결과를 특허로 만들 수 있는지, 그리고 어렵게 등록된 특허가 법적 분쟁과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실무에서 이런 질문도 자주 마주합니다. “이미 특허가 등록됐는데 왜 무효가 될 수 있죠?”, “이전 약물과 구조가 다른데 왜 특허 무효가 될 수 있다고 하시는거죠?”
이러한 의문은 대부분 신규성과 진보성의 개념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입니다.
제약산업에서 특허의 가치는 대단히 큽니다. 따라서 '특허법'은 단순히 IP팀만 알아야 할 법률이 아니라, 연구개발부서에서도 꼭 알아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제약회사 실무자 분들께서 꼭 알아두셔야 할 신규성과 진보성의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실제 실무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구체적으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신규성: 출원 전 존재했는가?
신규성이란, 출원 당시까지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거의 동일한 발명이 세상에 공개된 적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특허청은 출원 발명이 기존의 논문, 특허, 학회 발표자료, 제품 정보 등에서 공개된 발명과 동일하거나 거의 동일할 경우 신규성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진보성: 쉽게 생각할 수 있었는가?
진보성은 ‘얼마나 창의적인 발전이 있었는가’를 평가하는 개념입니다. 단순한 기술적 변경이 아닌, 기존 기술로부터 쉽게 도달할 수 없는 새로운 기술이어야 진보성이 인정됩니다.
제약회사 특허에서 자주 문제가 되는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기존 약물의 염 변경: 단순히 염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진보성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결정형 변경: 물리화학적 특성 변화가 입증되지 않으면 특허로 보호받기 어렵습니다.
복합제 조합: 치료 효과에 대한 시너지 또는 예측 불가능한 효과가 없을 경우 진보성이 약하다고 판단됩니다.
실제로 어떤 제약회사 중 한 곳은 결정형 변경에 대해 특허를 출원했지만, 실험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심사관으로부터 진보성이 없다는 의견을 받았습니다. 진보성은 명확한 효과와 과학적 증거 없이 주장만으로는 입증될 수 없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던 사건입니다.
신규성 vs 진보성
신규성과 진보성은 간혹 혼동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자이는, 신규성의 경우 1 vs 1 비교만 허용되는 반면, 진보성의 경우 문헌의 "조합"을 통해 판단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즉, 앞선 문헌에 출원 발명과 정확히 동일한 발명이 공개되어 있는 경우에는 신규성이 없습니다. 반면, 앞선 문헌에 출원 발명과 90% 정도 유사한 발명이 공개되어 있는데, 통상의 기술자라면 나머지 10%를 충분히 채워서 출원 발명에 도달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이는 진보성이 없는 것입니다.
무효심판에서는, 흔히 신규성도 없고 진보성도 없다는 식으로 주장하여 어떤 경우이든 무효가 될 수 있도록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약회사 실무에서 자주 발생하는 오류
선행기술 조사를 생략한 채 출원
흔한 일은 아니지만, 아주 가끔 선행기술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출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신규성은 단 한 줄의 논문이나, 오래된 특허공보 하나로도 부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외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특히 선행기술 조사는 연구개발 이전 단계인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진행되어야 합니다. 막대한 돈을 들인 연구 결과가 특허로 보호받지 못한다면, 이는 회사에 큰 타격이 되기 떄문입니다.
기술 효과를 정량적으로 설명하지 않음
진보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기존 기술과의 차별성이 수치나 실험결과 등으로 입증되어야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기술 효과에 대한 설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치, 실험결과를 반드시 첨부해야만 무효를 피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연구개발자가 단독으로 초안을 작성
특허는 기술 문서이자 법률 문서입니다. 기술자의 언어가 아닌 특허 명세서의 ‘법적 문법’에 따라 작성되어야 합니다.
결론: 특허 전략은 기술 전략 그 자체입니다
제약회사 특허에서 신규성과 진보성은 단순히 서류상 요건이 아닙니다. 해당 기술이 경쟁사로부터 방어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생존 요건이자, 기업의 기술 자산을 보호하는 최소 조건입니다.
실무에서는 다음 세 가지를 실천해보시길 권장드립니다.
신규성, 진보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선행기술조사를 철저히 하셔야 합니다. 가급적이면, 전문기관에 맡기는 것이 좋습니다.
진보성 입증을 위해 비교 데이터를 준비하십시오.
특허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한 명세서 작성을 기본으로 하십시오.
이러한 기본을 지켜야만, 추후 무효심판이나 소송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특허를 확보하실 수 있습니다. 현재 검토 중인 기술이 실제로 특허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점검해보는 것도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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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전문 변호사 이일형(ilhyung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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